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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50대 여성 물어죽인 대형견 주인 추적…전단 배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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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지난 23일 오전 개를 마취한 뒤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지난 23일 오전 개를 마취한 뒤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개 물림 사망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개 주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남양주북부경찰서는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의 모습과 정보를 담은 전단 500부를 제작,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벽보에 붙이는 방법으로 개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 살인 견 전단 배포하며 개 주인 추적

대형견의 사진 2장을 실은 전단에는 ‘몸길이 150㎝, 높이 80㎝, 무게 25㎏(많이 야윈 편)’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사모예드와 풍산개의 잡종견이며, 5년생 이하의 수컷 흰색 개라고 소개돼 있다. 중성화 수술 여부는 확인 불가하고, 내장인식칩이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당 대형견은 현재 유기견 보호 센터에서 보호 중이다. 경찰과 경기 남양주시는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면 안락사 등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대형견의 개 주인을 찾아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개 주인의 책임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양주 50대 여성 공격 대형견 견주 찾기 안내문. 경기북부경찰청

남양주 50대 여성 공격 대형견 견주 찾기 안내문. 경기북부경찰청

경찰은 이와 함께 관련 개 주인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과 해당 대형견의 행동반경·반응 조사도 했다. 지난 26일 사건 현장 인근 개 사육장과 야산에서 경찰견 훈련사,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현장조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대형견을 인근 개 사육장 주인 A씨와 만나게 한 후 반응도 관찰했다. A씨는 사건 초기 견주로 지목됐으나 자신이 키우는 개가 아니라며 부인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 때 특이점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문가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며 “현장 조사에 동참한 전문가들이 정밀 분석을 하고 있으며 금명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개 맡겨주면 교화시키겠다”

이런 가운데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해당 대형견을 살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안락사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남양주시에 따르면 최근 애견단체 두 곳에서 “안락사를 반대한다”는 민원전화를 남양주시에 걸어왔다. 한 애견단체는 “해당 개를 맡겨주면 교화시키겠다”고 제안했다. 다른 애견단체는 “심리치료를 받게 해보겠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서 검은 대형견 로트와일러가 흰색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튜브 캡처

지난해 7월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서 검은 대형견 로트와일러가 흰색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튜브 캡처

이와 비슷한 상황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일어나고 있다. “그 개의 숨을 끊으면 안 된다”, “개가 무슨 잘못인가. 책임감 없이 키우다가 함부로 버린 사람이 잘못이다”, “돌아가신 분도, 개도 모두 안타깝다”, “꼭 개를 죽여야만 하나”는 등의 의견이 게시되기도 했다.

“안락사보다 가혹하게 도살 처분해야”  

하지만, 이에 반하는 민원 전화도 남양주시에 걸려오고 있다. “사람을 물어 죽인 개를 당장 안락사시켜야 한다”라거나 “안락사보다 더 가혹한 방법으로 도살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이 개를 입양시켜줄 처지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남양주시와 경찰은 ‘견주’를 찾을 때까지 이 개를 안락사시키지는 않을 방침이다. 유족도 ‘견주’를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개 주인을 찾는 등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 개의 처분 방식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관계자는 “해당 대형견은 사람을 물어 죽인 데다 유족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안락사시킨다는 게 현재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3시 25분쯤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A씨(59·여)를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목 등을 개에 물린 A씨는 심폐 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로 확인됐다. A씨는 이날 지인을 만나러 이 지역을 방문했다가 혼자 있는 도중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119대원들은 A씨를 공격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견을 인근에서 발견해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전익진·김지혜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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