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미국의 반일」진화에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참사를 보는 일본의 시각과 행동에는 눈여겨볼 점이 많다. 일본시간으로 18일 오전 9시5분쯤 지진소식이 전파를 타고 날아들자마자 각 매스컴· 관계기관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NHK는 위성방송을 통해 미국 각TV 네트워크를 연결, 생중계 했고 외무성은 이날 낮 12시쯤 재빨리 「샌프란시스코지진 대책 팀」을 구성했다. 19일자 각 신문은 이 지진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고『만일 동경에서 똑같은 지진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될까, 대비책은 돼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각분야 전문가를 동원, 해설 기사를 실었다.
한편 외무성은 사건발생 2시간후인 오전11쯤 서둘러 주미일본대사관을 통해 백악관에 『긴급 의료원조를 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고 가이후 (해부) 총리도 부시 대통령에게 『같은 지진 권의 입장에서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전문을 보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냉정한 눈으로 보면 「일본정부는 이 사건을 자국의 이해관계에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국내적으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움과 동시에 일본은 미국최대의 우호국임을 미국 국민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외무성관료들의 최대 골칫거리는 「미일간의 문화마찰」이다. 미 국민들이 가장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소련의 군사력」보다 「일본의 경제력」이라는 미국 내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미 국민들 사이에『일본인은 싫다』는 「일본이질 논」 이 급속히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외무성이 서둘러 금년 봄부터 전미 주요도시에서 홍보문화회의를 잇따라 열고 있는 것도 이를 조기 진화해 보려는 일본정부당국의 고육책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지역 홍보문화회의결과 이 지역은 『전보다 대일 비판의식이 높아진 편이나 북 캘리포니아 주에서 사업활동을 하는데는 아직 아무런 영향은 없다』 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근거해 일본 정부도 대미지원책을 서두름으로써 「일본이질 논」 의 진원지인 워싱턴의 태도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 보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 같다.
미국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일본이질 논」또는 「일본 타자 논」은 일본외무성이 최근 홍보용으로 발간한 『외교포럼』 10월 호에서도 다루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호라 나가요(본간장세) 동경대 교수는 「일본타자논의 위험」 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내 대일 비판을 주도하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을 잘 정리해놓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에서 이차원으로부터의 외계인 (에일리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일본의 힘을 봉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는 설이 미국 내에서 퍼지고 있다. 이는 볼프렌·팔로즈·프레스토비치등 대일 비판론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미 의회 여론에 이론적 지주가 되고 있다. 『이는 자칫 국제관계를 위기적 상황으로 몰아 갈 수 있다. 세계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일본 타자 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이질 논」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간단하다. 미일간의 최대현안인 약5백50억 달러의 대미무역혹자를 아무리 줄여 보려해도 줄여지지 않는데서 오는 반작용일 뿐이다. 미국 측의 덤핑 관세부과, 슈퍼301 조적용 위협, 미일간의 구조협의 등 거듭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무역흑자의 폭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일본측의 책임 때문이다.
여기서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유통업계의 상 관행, 건설업자들의 담합이 클로스업 되어 일본인들은 외계인처럼 행동한다는 게 「일본이질 논」의 골자다.
이에 대해 일본 내 여론은 오히려 대범한 쪽으로 기울고 있어 흥미를 끈다.
아사히 (조일) 신문의 마쓰야마 (송산행웅) 논설주간은 『이 같은 「일본비판」 은「성공의 대상」 또는 「국제대국으로 가는 통과 의례」와 같은 것이니 당황해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사회체질과 민족체질을 당당한 것으로 만들어가자』고 제언하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뱃심은 일본이 미국보다 더 앞서는 경제력과 기술을 갖고있다는데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엄포」에 화염병으로 맞서야하는데 비해 일본은 미국인의 허리춤마다 차고있는 소니의 워크맨으로 이에 대항하고 있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 하겠다. <동경=방인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