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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역선택 방지룰 갈등…중진 “도입해야” 신진그룹 “필요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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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비전발표회가 25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렸다. 이날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준석·조경태·김웅·윤영석·주호영·홍문표·김은혜·나경원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비전발표회가 25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렸다. 이날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준석·조경태·김웅·윤영석·주호영·홍문표·김은혜·나경원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데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을까. 다음 달 11일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역선택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선 “이준석 대표 막기냐” 의심 #당 대표 후보 첫 비전 발표회 #“경륜 있어야” “혁신경쟁” 신구대결

2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본경선 여론조사 때 ‘역선택 방지’ 문항을 추가할지를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역선택이란 국민 여론조사 때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참여해 의도적으로 결과를 왜곡시키는 걸 뜻한다. 당 대표 후보 5명을 추리는 전당대회 예비경선은 ‘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로, 최종 한 명을 뽑는 본경선은 ‘당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 방식으로 치러진다. 지난달 18일 당 선관위는 예비경선 때 역선택 방지 문항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본경선 때도 이를 적용하느냐 여부다. 24일 선관위 내부에선 ‘신구(新舊)’ 갈등이 벌어졌다. 황우여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중진 선관위원들은 “당 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게 원칙인데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참여하면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재섭·천하람 등 신진 위원들은 “이미 당원 의견이 70%로 충분히 반영된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해당 안건을 27일 재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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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당 대표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신진 대 중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 당원 지지 기반이 두터운 중진그룹에선 “역선택 방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이준석 후보 등 신진그룹에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김재섭 당 선관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선례가 없다. 갑자기 넣자는 건 ‘이준석이 대표 되는 건 싫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25일 비공개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원총회에서 룰을 확정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선관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김웅·이준석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점에 대한 중진들의 불만도 감지된다. “유 전 의원이 이들을 당 대표로 세우거나 세를 불린 뒤 내년 대선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날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전당대회 첫 비전발표회에서도 이런 갈등 양상이 드러났다. 첫 발표자로 나서 “패기 하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경륜과 패기의 조화”라고 강조한 주호영 후보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대선후보와 이런저런 관계가 있는 사람이 (대표를) 하게 되면 아무리 공정하게 (경선 관리를) 해도 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도 “당 대표가 계파와 무관하지 않다면 공정하고 중립적인 경선도 어려울 것이고 어떤 외부 후보도 오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주요 당직 공개선발” 등의 공약을 내세운 이준석 후보는 “혁신 경쟁으로 치러지는 전당대회를 누가 멱살 잡고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가려는지 국민은 다 보고 있다”며 “계파 논란이나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프레임 씌우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웅 후보도 “계파나 따지고 있는 한심한 정치는 이제 우리한테 밀려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진그룹의 일원인 김은혜 후보는 “당의 얼굴이 새로 바뀌어서 매력 자본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26일부터 여론조사를 시작해 27일 오후 8명의 후보 중 5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가릴 예정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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