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별 논란까지 부른 ‘백신 인센티브’…백신 여권 도입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정부와 여당이 백신 접종자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검토 중인 가운데, 여행 시 자가 격리를 면제해주는 ‘백신 여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신ㆍ치료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전혜숙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첫 회의에서 “다른 나라와 함께 백신여권을 상호 인정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정책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해외 국가별로 접종 증명서의 진위 확인 등과 관련해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양 국가 간에) 상호 정리되는 부분이 있으면 해당 국가부터 자가격리 면제를 적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無 격리 해외여행? “마다할 이유 없어”

젊은 층 사이에서는 ‘격리 기간 없는’ 해외여행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이미 국내에서 백신을 맞은 이들은 해외를 다녀온 뒤 2주 자가 격리가 면제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격리 없이 지내려면 국가 간 합의된 백신 여권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33)씨는 “허니문은 일생에 한 번인데, 다들 선택지가 없어 제주도로 가는 상황”이라며 “제주도에서 유명한 한 호텔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숙박비가 2배가량 치솟았더라. 같은 값을 내고 더 좋은 해외 여행지로 ‘격리 없이’ 갈 수 있다면 백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프랑스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가지 못했다는 김모(32)씨는 “여행이 재개되면 한동안 제한된 공급으로 인해 여행 비용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해 조금이라도 먼저 백신을 맞고 여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김재승(30)씨도 “취직하고 돈 좀 모아서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던 차에 코로나가 터졌다. 백신을 맞고 자가격리가 면제되기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어디든지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여행을 위해 ‘노쇼(no-showㆍ예약 불이행) 백신’까지 접종하는 사례도 있다. 여행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하반기에 백신 여권 생길 것 같은데, 나이가 30대라 내 차례는 너무 먼 것 같아 노쇼 백신을 예약했다. 하반기엔 꼭 해외로 여행 갈 거다” “노쇼 백신 1차 접종하고 방콕 호텔 검색 중이다. 7월에 2차 맞고 9월쯤 여행을 가려고 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백신 여권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여행사들도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면제 국가에 한해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참좋은여행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쳤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떠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백신 맞고 진짜여행’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하나투어는 현재도 자가격리 면제가 가능한 괌, 하와이, 스위스, 몰디브 등으로 구성한 여행 상품을 기획했다.

영국발 항공편 입국이 재개된 지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전광판에 영국발 도착 항공편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영국발 항공편 입국이 재개된 지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전광판에 영국발 도착 항공편이 표시돼 있다. 뉴스1

“백신 여권은 차별” 청원도

반면 해외여행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다.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돌파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서양 국가 내 확산한 동양인 혐오 분위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25일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1일 0시 기준 국내 돌파 감염 사례는 총 4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접종을 완료한 148만2842명의 0.0003%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4월엔 백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백신을 맞지 못하거나 접종 의사가 없는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백신 여권은 백신 접종 여부로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사회의 약자들, 알레르기가 있어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 임산부 등 다른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 등을 차별하고 계층화한다’면서 백신 여권 도입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1만2600여명이 동의했다.

그러나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여권을 비롯한 인센티브 마련이 백신 접종 독려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정부가 제시하는 인센티브가 결국 국민의 요구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여권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가고 싶어하는 나라와 지역에 백신 여권이 통용돼야 하므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나라 간 계약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타국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변이 바이러스를 전파하게 되면 복잡해진다. 그런 부분도 잘 고려해서 상호 교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 발급하는 종이 증명서(왼쪽)와 전자 증명서.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 발급하는 종이 증명서(왼쪽)와 전자 증명서. 연합뉴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