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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붙는 금융지주 '페이 전쟁'…연 6% 고금리 적금까지 등장

중앙일보

입력

우리은행이 24일 우리카드의 간편결제서비스 '우리페이' 사용 실적과 연동된 '우리페이 적금'을 출시했다. 사진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24일 우리카드의 간편결제서비스 '우리페이' 사용 실적과 연동된 '우리페이 적금'을 출시했다. 사진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최대 연 6.0%의 적금을 내놨다. 우리카드의 간편결제 서비스 '우리페이' 실적과 연동되는 고금리 적금 상품인 '우리페이 적금'을 24일 출시했다.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사이의 불붙는 '페이 전쟁'의 한가운데 등장한 전략 상품이다.

우리페이 적금은 연 1.0%의 기본금리에 우리페이 서비스에 사용하는 결제계좌와 급여 이체 계좌를 우리은행으로 설정하면 최대 연 1.0%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페이를 통해 한 달에 17만원 이상 결제하면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연 4.0%의 특별우대금리를 적용해 최대 연 6.0%까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기간은 1년이며, 월 납입 한도는 최대 20만원이다.

예·적금 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요즘 6% 금리를 앞세운 파격적인 적금 상품까지 등장한 것은 금융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간편 결제 시장을 잡기 위한 금융 지주사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실적과 연계된 고금리 상품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금융 서비스를 통합한 새로운 간편결제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선점한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을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놓은 것은 그룹 차원의 통합결제 플랫폼과 연계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빅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급결제 시장을 확보할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초 각 자회사의 서비스를 통합한 결제 플랫폼을 출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고 간편결제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OO페이' 고객 잡아라…간편결제 서비스 잇따라 출시

KB국민카드가 지난해 10월 결제에 더해 송금과 환전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종합 금융플랫폼 'KB 페이'를 출시했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10월 결제에 더해 송금과 환전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종합 금융플랫폼 'KB 페이'를 출시했다.

간편결제 시장을 겨냥한 금융 지주들의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금융 지주 중 처음으로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인 ‘KB페이’를 출시했다. KB국민은행 계좌와 연동해 기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결제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달 20일 간편결제 서비스 ‘신한페이’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신한카드 결제 앱인 ‘신한페이판’을 개편한 것이다. 당초 신한카드 이용자 대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에서, 신한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 모두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하나금융그룹도 오는 11월 출시를 목표로 간편결제 시스템인 ‘원큐페이’ 개발에 착수했다. 자회사가 각각 운영하는 앱을 ‘원큐페이’로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결제 기능 뿐만 아니라 카드 혜택 신청과 조회가 가능한 디지털 고객센터 기능도 탑재될 예정이다.

급성장한 간편결제 시장…4년 새 7배

급성장한 간편결제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급성장한 간편결제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금융 지주들이 이처럼 간편결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관련 산업이 금융업의 미래 먹거리로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2016년 일평균 640억원에서 지난해 4490억원으로 4년 만에 무려 7배가 늘었다.

이처럼 급속도로 커지는 시장을 장악한 것은 금융사가 아닌 빅테크 업체다.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금액 중 상위 3개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5.3%로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상위 3개 업체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쿠팡 등 빅 테크 기업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빅테크 업체로 쏠린 간편결제 시장을 금융 산업의 강점을 이용해 탈환하겠다는 것이 기존 금융 지주의 전략이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 지주 관계자는 “빅 테크 기업은 IT기술 등에서 강점이 있지만,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다루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금융 지주사의 강점이 분명히 있다”며 “기존에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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