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지난 1월 30일 오후 5시 50분 경기도 수원시 영통지구대. 당시 근무 중이던 지구대 경찰들은 외부 폐쇄회로TV(CCTV)를 지켜보다 지구대 주변에서 홀로 킥보드를 타며 근처를 서성거리던 한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경찰들이 나가서 “왜 혼자 있느냐”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 등을 아이에게 물어봐도 아이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지적장애 때문이었다. 경찰은 아이를 지구대 안으로 데려와 지문 조회를 했다. 그 결과 아이의 이름·나이·주소 등이 바로 확인됐다. 아이 부모는 당시 지구대와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집 주변에서 아이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고 한다.
박성태 수원남부경찰서 영통지구대장은 24일 “아이가 집보다 꽤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와 당황한 듯했다. 날도 어둑어둑해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행히 아이 지문이 사전 등록된 덕분에 아이가 발견 25분 만에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동 등 지문 등록 필요한 까닭
지문 등 사전등록제 홍보.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이 같은 사례처럼 아동 등의 지문을 미리 등록해두면 실종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실종사고 예방과 실종자의 신속한 발견을 위해 ‘지문 등 사전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문 등 사전 등록제는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정보 시스템에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처럼 실종 우려가 있는 이들의 지문과 사진, 보호자 연락처 등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두는 것이다.
경찰은 그동안 어린이집 등을 다니며 지문 등록을 직접 도왔다고 한다. 또 지구대나 경찰서에서 사전 신청을 받아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현장에서 이뤄진 사전 지문 등록 건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현장 사전 지문 등록 건수는 1만 7026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만 6387건)보다 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 예방 지문등록, 집에서 휴대전화로 하세요”
'안전 드림 앱'에서 사전 등록하는 방법.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은 경찰청 애플리케이션(앱) ‘안전 드림 앱’을 통해 보호자가 사전 등록을 집에서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앱은 보호자가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면 아이 등의 지문 정보 등을 바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놨다. 5세와 3세 아이를 키우는 30대 최한주(여)씨는 “잠깐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아이들이다. 내 아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앱 존재를 모르는 부모들이 많은데, 사용 방법 등이 널리 알려져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는 25일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실종 예방을 위해서는 지문 등 사전 등록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