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가슴골' 포토샵 가렸다…조롱거리 된 美고교 앨범

중앙일보

입력 2021.05.24 05:00

업데이트 2021.05.24 12:34

미국의 한 고교가 포토샵으로 여학생들의 가슴골을 가린 뒤 졸업앨범에 실어 논란에 휩싸였다. 왼쪽이 원본 사진, 오른쪽이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이다. 학교는 원래 사진이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여학생 80여 명의 사진에 이런 조치를 했다. [트위터 캡처]

미국의 한 고교가 포토샵으로 여학생들의 가슴골을 가린 뒤 졸업앨범에 실어 논란에 휩싸였다. 왼쪽이 원본 사진, 오른쪽이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이다. 학교는 원래 사진이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여학생 80여 명의 사진에 이런 조치를 했다. [트위터 캡처]

미국의 한 고등학교가 졸업앨범에서 여학생 80여 명의 가슴골을 포토샵으로 가려 논란에 휩싸였다. 학교 측은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당사자들의 동의없이 이런 조치를 취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남학생들의 노출 복장은 그대로 뒀다는 점에서 성차별이라고 반발하며 학교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노출' 이유로 여학생 80여명 사진 편집
"남학생 사진은 그대로 … 성차별" 반발

23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 플로리다주 세인트존스 카운티에 있는 바트람 트레일 고교의 여고생 83명은 인생에 한 번뿐인 고교 졸업앨범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왼쪽이 원본 사진, 오른쪽이 학교가 포토샵한 사진이다. [트위터 캡처]

왼쪽이 원본 사진, 오른쪽이 학교가 포토샵한 사진이다. [트위터 캡처]

자신이 촬영할 때 입었던 상의의 가슴 부위가 부자연스럽게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보니 네크라인이 깊게 파여 드러났던 가슴골이 전부 가려져 있었다.

학교 측은 포토샵으로 학생들의 상의에서 일부를 잘라내 붙이는 방식으로 노출된 가슴 부위를 덮었다. 사전에 대상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동의는 구하지 않고 졸업앨범에 실었다.

왼쪽이 원본 사진, 오른쪽이 학교가 포토샵한 사진이다. [트위터 캡처]

왼쪽이 원본 사진, 오른쪽이 학교가 포토샵한 사진이다. [트위터 캡처]

학교 측은 여학생들의 이런 복장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는 공립으로 세인트존스 카운티의 복장 규정을 따른다. 이 규정에는 여학생은 '노출이 심하거나 주의산만한 옷은 입을 수 없다'고 돼 있다. 구체적으로 횡격막이나 속옷이 드러나는 상의, 무릎 위로 10cm 이상 올라가는 짧은 스커트 등을 금지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칙상 행동 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학생의 사진은 졸업앨범에 포함하지 않게 돼 있기 때문에 포토샵은 모든 학생을 졸업앨범에 넣기 위한 해결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졸업앨범은 한 영어 교사가 담당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왼쪽이 원본 사진, 오른쪽이 학교가 포토샵한 사진이다.[트위터 캡처]

왼쪽이 원본 사진, 오른쪽이 학교가 포토샵한 사진이다.[트위터 캡처]

하지만 사진이 편집된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은 복장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의하고 있다.

학부모 에이드리언 바틀렛은 "딸이 졸업 사진을 찍을 때 입은 옷은 딸이 지난 1년간 자주 입었지만 학교로부터 복장 규정 위반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딸의 사진을 편집함으로써 오히려 딸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다른 아이들의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개해했다.

이 일은 남녀차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졸업 사진을 포토샵 당한 이 학교 여학생 라일리 오키프는 "교내 수영팀의 남학생들이 몸에 딱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고 찍은 졸업 사진은 그대로 뒀다"면서 "남녀에 대한 이중 잣대로 차별"이라고 말했다.

바트람 트레일 고교가 포토샵으로 가슴을 가린 사진. [트위터 캡처]

바트람 트레일 고교가 포토샵으로 가슴을 가린 사진. [트위터 캡처]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포토샵도 어설프게 이뤄져 사진을 망가뜨렸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졸업앨범을 반환할 경우 비용을 환불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사과를 요구하며 여학생들만 겨냥한 세인트존스 카운티의 불공평한 복장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플래글러대의 로나 브레이스웰 교수는 "학교의 이런 조치는 어린 소녀들에게 여성의 신체에 보기 흉하거나 부적절한 게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이는 여성이 불안과 걱정을 안고 대중 앞에 설 때  여성의 몸에 반응하는 오래된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바트람 트레일 고교가 포토샵으로 가슴을 가린 사진.[트위터 캡처]

바트람 트레일 고교가 포토샵으로 가슴을 가린 사진.[트위터 캡처]

바트람 트레일 고교가 포토샵으로 가슴을 가린 사진. [트위터 캡처]

바트람 트레일 고교가 포토샵으로 가슴을 가린 사진. [트위터 캡처]

이 사진은 온라인상에 번지면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원래 사진엔 전혀 문제가 없다" "이 학교는 혼자 몇 세기에 살고 있나"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게 더 문제다" 등 학교를 비판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반면 "내가 학생 때는 블라우스를 입고 다녔다. 학교는 패션쇼장이 아니다" "포토샵한 사진이 단정하고 더 좋아보인다"는 반론도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관련기사

◇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국제뉴스
알고 싶은 국제뉴스가 있으신가요?

알리고 싶은 지구촌 소식이 있으시다고요?
중앙일보 국제팀에 보내주시면 저희가 전하겠습니다.
-참여 : jglob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