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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법사위원장 못준다, 대신 외통·정무위는 줄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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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직은 다수 여당이 갖고 있어야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며 곧 공석이 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정무위원장직에 대해선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직은 다수 여당이 갖고 있어야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며 곧 공석이 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정무위원장직에 대해선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종택 기자

“제가 법사위원장직을 계속 맡고 싶어서 맡은 게 아닙니다. 야당이 후임 선출을 반대해서 불가피하게 못 내려놓은 거죠.”

174석 거여(巨與)의 원내사령탑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위는 독특하다. 자신이 협상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협상의 최대 쟁점이다. 취임 후 만 1개월 7일이 지난 23일까지 국회 법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16대 국회부터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왔으나 지난해 민주당이 이 관례를 깨면서 지금까지 야당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 #“임대차법으로 시장 훨씬 더 안정 #지지율 하락 멈췄고 회복 국면 #공정문제, 국민 눈높이 못 미쳤다”

윤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사위원장직은 다수 여당이 갖고 있어야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공석이 되는 외교통일위원장·정무위원장 두 자리라도 먼저 달라고 (야당이) 요청하면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정상화라는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야당에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윤 원내대표와는 20일 대면 인터뷰에 이어, 23일 전화로 보충 인터뷰를 이어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20일 법사위 회의 진행을 박주민 간사에 맡겼다. 야당은 ‘무단결석’이라고 비판했는데?
“지금까지 상임위원장은 잠깐 손님이 와서 면담을 한다든가 화장실을 갈 때조차 사회권을 간사에게 넘겨줬다. 통상적인 일이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직 문제에 연동시키기 위해 물고 늘어진 것뿐이다.”
원내대표·법사위원장직 겸임은 이례적이다.
“제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아니다. 후임 법사위원장 선출을 야당이 반대해서 못했다. 그분들이 상황을 만들어놓고, 책임은 저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야당은 법사위원장직만 돌려주면 협조하겠다고 한다.
“이건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법사위원장직은 다수 여당이 갖고 있어야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
다른 상임위원장직은 양보할 순 없나?
“다른 상임위도 현재 선출된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다만 현재 송영길 당 대표와 윤관석 사무총장이 외교통일위원장·정무위원장직에서 사퇴할 예정인데, 그런 두 군데라도 먼저 달라고 (야당이) 요청하면 드릴 수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특위를 구성해 논의 중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정책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특위를 구성해 논의 중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정책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윤 원내대표는 지난달 당내 경선에서 “저부터 변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나 도덕성, 공정에 관한 문제에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걸 4·7 재·보선 패배 원인으로 꼽으며 “당의 변화와 혁신은 지금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 평가는 여전히 냉담했다. 22일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민주당 변화에 대해 응답자 65.8%는 “선거 이후에도 더불어민주당이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들은 아직 민주당의 변화가 부족하다고 본다.
“그럴 수 있다. 당의 변화를 하루아침에 느끼긴 쉽지 않다. 다만 당 지지율 하락은 멈췄고, 미세하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가 있다.
부동산 민심 이반이 심각했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우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세제·금융 관련한 완화 조치를 했는데, 이 부분을 조기에 틀어막지 못했다. 2017년 취임 직후부터 LTV·DTI를 조여 시장을 안정시켰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생긴 문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걸 이해하고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젊은 층 표심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무주택자는 집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현실에 불만이 있다.
“실수요자가 주택 매입이 어려운 부분을 조정하자는 논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다만 불안감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은 돈 모아서 해외여행·취미생활을 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인생의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집으로 돈 버는 행렬에 합류할 수 있느냐가 행복의 기준이 됐다.”
‘임대차 3법’ 강행 처리로 부동산 임대 시장이 불안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보면 주택임대차 3법 처리로 임대시장이 훨씬 더 안정화됐다. 계약 갱신율이 50%대에서 70%대로 올라왔다. 한 16%포인트 정도 올랐다. 나름대로 임대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는데, (계약 갱신이 안 되는) 20% 중에 전·월세가 급격히 상승한 사례들이 집중적으로 보도된 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1년 임기 최대 과제로 ‘정권 재창출’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3박 5일 방미 성과에 대해선 “한미동맹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정상회담이었다”며 “당에서도 방역·산업·대북 정책의 성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밀한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1년 임기 최대 과제로 ‘정권 재창출’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3박 5일 방미 성과에 대해선 “한미동맹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정상회담이었다”며 “당에서도 방역·산업·대북 정책의 성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밀한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1988년 평화민주당 기획조정실 간사로 정계에 입문한 윤 원내대표는 10년 넘게 당직자 생활을 거쳐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해 4선 의원을 지냈다. 야당 시절엔 “다른 당 의원과도 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법사위원장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과 임대차 3법 강행처리를 주도한 탓에 ‘강성 친문’이란 이미지가 강해졌다.

‘강경파’ 이미지가 강해졌다.
“제가 좀 원칙주의자라 그렇게 비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라 자부한다.”
당 지도부 일원으로 경선 연기 여부 등 경선 규칙은 어떻게 정할 계획인가?
대선 기획단에서 논의해야 한다. 후보들이나 의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그걸 지도부에서 바로 논의하기보단 전략적인 고려를 하는 기구에서 정리해 지도부가 결정할 수 있게 안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6월 들어가서는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
1년 임기의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당은 정권 재창출 통해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백신을 통해 집단 면역으로 빨리 가는 부분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현석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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