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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언급, 양안은 뺀 한·미···日언론 "한국 투자선물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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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는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담겼던 '대만' 관련 언급이 거의 그대로 들어갔다. 대만 관련 사항은 중국이 무엇보다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인 만큼, 어느 정도 수위로 선언문에 포함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일 성명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포함 #미일 성명에 있던 '양안 문제' 언급은 빠져 #日 언론들, "중국 언급 없이 견제했다" 평가 #"한국요구 반영된 건 투자 선물 때문" 분석도

지난달 7일 미 해군 맥케인함이 대만해협 내 국제 수역을 지났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미 태평양 함대 제공]

지난달 7일 미 해군 맥케인함이 대만해협 내 국제 수역을 지났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미 태평양 함대 제공]

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선언에는 "미·일 양국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만 문제가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언급된 것은 중·일 국교 정상화 이전인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의 회담 이후 52년 만이었다.

대만 관련 언급은 일본이 미국의 편에 확실히 섰음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향후 중·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따라서 일본 측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선언에서도 대만 문제가 언급될 지 주목해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는 내용이 실렸다. 미·일 성명에 있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양안 문제의 해결'에 관한 부분은 빠져 수위가 다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일본 언론들은 한·미 공동선언에도 '대만 해협' 관련 내용이 포함된 사실을 이례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의미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미·일 공동성명이 '중국'을 직접 적시하며 목소리를 높인 데 비해 한·일 성명은 대만 해협 문제만 담았다고 전하면서 "중국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도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과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중요성 등이 언급된 데 주목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협의 과정에서 한국은 홍콩 및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침해와 대만 해협 및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자극하는 표현을 피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계속 전달했다며 이 중 대만 해협 문제만 언급된 것은 "한국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당기려는 미국 측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려는 한국 측의 의도가 절충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의 요망이 어느 정도 수용된 것은 "반도체 등의 공급망과 고용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공헌을 어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자난달 16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난달 16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와 대조적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중국에 대한 언급이 최소한에 그쳤다고 평가하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약한 입장이 재차 부각되는 모양새였다"고 깎아내렸다.

북한 문제 대응에 있어서는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원하는 한국과 서두르지 않으려는 미국 사이의 온도 차가 감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 공동성명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겐 대중 정책보다 우선도가 낮은 북한 문제에 있어 '대북 대화' 노선을 주창하는 한국 측의 요망이 폭넓게 반영됐다"고 평가하며 이를 한국 기업의 40조 원대 대미 투자의 대가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반대로 한·미 공동성명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이 포함된 사실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향한 전향적인 자세를 이끌어내 남북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이번 방미의 최대 목표'(한국 정부 관계자)였지만 가망이 거의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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