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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361%↑…코스피 상장사 1분기 실적 '사상 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피 상장사가 코로나의 악몽을 털어냈다. 지난 1분기(1~3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순이익은 1년 전의 4.6배로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전선에 훈풍이 분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지 1년 만에 '실적 대반전'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일로 8기. 연합뉴스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일로 8기. 연합뉴스

1년 전보다 순이익 361% 급증

20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93곳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을 분석한 결과, 1분기 매출액은 538조34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9.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4조398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1.7% 늘었다. 순이익(49조1074억원)은 1년 전보다 361% 급증했다. 4.6배나 늘어난 것이다. 2010년 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한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이처럼 괄목할 성적표는 '코로나 기저 효과'도 뛰어넘는 성과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각각 57%, 132%씩 늘었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매출의 12.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빼고 봐도 실적 호조세가 뚜렷했다. 삼성전자를 뺀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75.4%, 627.8%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은 줄고 수익성만 좋아져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기업이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반면 올 1분기엔 외형도 커졌고 이익은 더 가파르게 늘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2.16%에서 올 1분기 9.12%로 6.96%포인트나 높아졌다. 기업들이 올해 1분기에는 1만원어치를 팔아 912원을 남겼단 뜻으로, 실속도 좋아졌단 얘기다.

급증한 코스피 상장사 1분기 실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급증한 코스피 상장사 1분기 실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화학·철강·서비스 업종 날았다

전기·전자(IT)의 편식도 털어냈다. 화학·철강이나 서비스업 등 내수 업종의 실적이 개선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실제 서비스(3773.5%), 철강금속(308.5%), 운수장비(97.2%) 등의 순이익 증가 폭이 컸다. 화학과 기계 등은 흑자 전환했다. 서비스업에 속하는 네이버 순이익이 1만1254% 폭증했고 LG화학과 포스코는 각각 3672%, 162% 늘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백신 집단면역을 앞두고 제품 생산을 위한 재고 확보 과정에서 화학·철강 등 중간재 수출이 잘 된 것이 실적 호조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손익계산 등이 일반 제조업과 달라 별도로 집계한 금융업에서는 증권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연초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진 영향이다. 증권업의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467.1% 급증했다. 보험과 은행은 각각 156.6%, 18.5% 늘었다.

코스닥 상장사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상장사 1011곳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53조26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3%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8.3%, 238.8% 급증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6.74%로, 1년 전보다 4.5%포인트 높아졌다.

2021년 1분기 코스피 시장 영업이익·순이익 상위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21년 1분기 코스피 시장 영업이익·순이익 상위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분기 실적도 호조 예상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46조원대로, 1분기보다 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의 수출 호조로 2분기 실적도 괜찮을 것 같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도 시차를 두고 3~4분기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국내 수출은 1년 전보다 41.1% 증가해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명지 팀장은 "다만 물류비 급등이 이어지면 수출은 유지돼도 마진(이윤)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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