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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성장·분배 담론은 DJ와 나뿐…주전자 아닌 솥 될 것”

중앙일보

입력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16일 사임 이후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19일 한 인터뷰에서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이 손해일때가 있다. 당대표로서 나같이 치열하게 싸운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16일 사임 이후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19일 한 인터뷰에서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이 손해일때가 있다. 당대표로서 나같이 치열하게 싸운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힘이 되지 못한 조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시동 걸린 대선, 與 빅3의 키워드 ③]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사진전 ‘사람 사는 세상 전(展)’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정 전 총리는 앞서 이날 오전에도 “검찰은 자신들만이 누려 온 특권을 악용해 이제 나라를 호령하려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노' 존재감을 부각하며 선명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 전 총리는 여권 1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도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말 이 지사가 러시아산 백신 도입을 청와대에 건의하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같다”(지난달 27일)고 비판했고 지난 6일 만난 김두관 의원이 경선연기론을 띄우자 “공감한다”며 이 지사를 우회 압박했다. 기본소득 등을 골자로 한 이 지사 정책엔 “포퓰리즘”(지난 19일 언론인터뷰)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미스터 스마일’이 별명인 정 전 총리가 다방면에서 거친 목소리를 내는 건 지지율과 관련이 있다. T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5월 14~15일)에서 정 전 총리 지지율은 3.6%였다. 이 지사(26.5%),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9.2%) 등 경쟁자에 크게 뒤처졌다. 정 전 총리와 가까운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반(反) 이재명 세력을 규합하고 선명성을 부각해 ‘마의 5%’ 지지율을 넘기면 기세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총리도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나에겐 파이팅 스피릿이 있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대선 화두는 ‘혁신’과 ‘돌봄’

정 전 총리가 내건 화두는 혁신과 돌봄이다. 2012년 18대 대선 경선 때부터 수년간 닦아온 어젠다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1일 지지조직 ‘광화문포럼’ 기조연설에서 “담대한 경제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혁신경제’로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창업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지식재산처’를 신설하고 국민 1명에게 평생 2000만원을 지원해 직업 역량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국민직업능력개발 지원금’도 제안했다.

지난 11일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에서 정세균 전 총리(가운데)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 셋째) 등 의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광화문포럼엔 민주당 의원단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1일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에서 정세균 전 총리(가운데)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 셋째) 등 의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광화문포럼엔 민주당 의원단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 전 총리는 사회 전반의 복지를 뜻하는 ‘돌봄’을 복지 모델로 꺼냈다. 아이가 태어나면 20년 적립형으로 정부가 자금을 모아 아이가 20세가 될때 1억원을 지급해 사회 안착을 돕는 ‘미래씨앗통장’도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소득은 늘었지만 불평등도 커졌다”며 “공동체 구성원을 포용하자는 개념이 바로 돌봄”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정치권 입문 후 ‘질 좋은 성장’(2008년)과 ‘분수 경제론’(2011년) 등 성장·분배 담론을 마련했었다. 17년 간 종합상사(쌍용)에서 일한 경험과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경륜을 그는 내세운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역대 대선 주자 중 성장·분배 담론을 만든 건 ‘대중 경제론’을 만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뿐”이라고 말했다.

친문 제외하면 최대계파 ‘정세균계’

정 전 총리는 4월 중순부터 자문단과 거의 매일 아침 토론하며 대선 어젠다를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자문단은 2011년 조직된 싱크탱크 ‘국민시대’(대표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가 주축으로,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가 좌장이다. 박찬표 목포대 정치학 교수가 정치 어젠다를, 공구 한양대 의학과 교수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부분을,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외교·안보 현안을 조언하고 있다.

정 전 총리 지지 의원단도 점차 늘고 있는데 현재까지 ‘광화문포럼’ 참여 의원은 74명에 달한다. 세 차례 당 대표를 지낸 정 전 총리에게서 공천 등에서 도움을 받은 의원들이 주축이다. “특정 개인을 지지하는 계파는 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하곤 정세균계가 유일하다”(수도권 3선 의원)는 말도 있다.

정세균 전 총리 씽크탱크 '국민시대'의 좌장격인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왼쪽). 정 전 총리가 국회의장이던 2016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에 위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세균 전 총리 씽크탱크 '국민시대'의 좌장격인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왼쪽). 정 전 총리가 국회의장이던 2016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에 위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세균계의 핵심 의원은 4선 안규백·김영주 의원이다. 이원욱·김교흥·김성주·안호영 의원은 전국 조직을 다지고 있다. 정 전 총리와 15대 국회 입성 동기인 3선 김민석 의원도 최근 캠프에 합류했다. 신정훈·김회재 의원은 전남 조직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은 군 출신 지지조직을 꾸리고 있다. 원외에선 김성수 전 총리 비서실장, 강기정·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원하고 있다.

당내 조직이 두터운 데 비해 대중 지지도가 낮은 건 정 전 총리가 넘어서야 할 벽이다. 총리직 사임(지난달 16일)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전 총리 지지율은 단 한 차례도 5%를 넘은 적이 없다. 최대치는 일요신문 의뢰 조원씨앤아이 실시 여론조사(5월 2~4일)에서의 4.7%였다. “지지율 답보를 어떻게 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정 전 총리는 “빨리 끓어오르는 주전자와 서서히 달아오르는 솥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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