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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알바마마”라고 부른다…文정부 마지막 최저임금은?

중앙일보

입력

정문주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인상 비교 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정문주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인상 비교 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2022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인 ‘1만원’ 공약에 소상공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12대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논의를 시작했다.

이번 논의는 문재인 정부에 특히 부담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5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 평균 인상률인 7.4%보다 높아지려면 내년에는 최소 9180원(5.3% 인상)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2.9%, 올해는 1.5% 인상에 그쳤다.

노동계에서는 경기 회복세와 백신 접종 추세를 내세워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1만원에 도달하려면 14.7%를 올려야 한다.

“임금 더 오르면 무인점포로 전환”

자영업자들은 “동결해도 문 닫을 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이 동결돼도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경연이 전국 자영업자 525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 ‘최저임금 인상 시 폐업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26.7%였다.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저임금이 더 오르게 되면, 무인점포로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들을 위해 임금을 올리는 건 이해하지만, 모든 자영업자가 힘들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올리는 것이 맞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최저시급 부담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온 가족이 동원돼 겨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시급을) 더 올리는 건 경제난 책임을 자영업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알바를 모시는 시대다. 알바가 아니라 ‘알바마마’”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알바생을 줄이고, 직접 배달까지 하는 자영업자가 늘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원을 거느린 자영업자가 역대 최장인 28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3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30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만4000명 줄었다. 이는 2018년 12월부터 28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을 vs 을 갈등 구조 사라져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공익위원 유임을 규탄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공익위원 유임을 규탄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을 높여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오랜 시간 근속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2)씨는 “알바를 구할 때 최저시급으로 책정된 곳은 되도록 피하게 된다”며 “최저시급이냐, 조금이라도 더 보태주려고 하는 업장이냐에 따라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갖는 의미가 크고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를 중요한 가치로 세웠기 때문에 지난 2년보다 상승률이 높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는 노동 관련 정책과 가치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인식 공유가 부족했고,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까지 확산시켜 범정부적으로 접근하는 측면도 부족했다”면서 “최저임금을 두고 ‘을과 을의 갈등 구조’가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ㆍ프랜차이즈, 임대료 문제를 함께 풀어내고, 소상공인과 중소업체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15달러로 인상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코로나19 사태로 심화한 양극화를 최저임금 인상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독일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록다운(봉쇄)을 경험했음에도 최저임금을 2년간 1.1유로(1483원) 인상해 2022년 10.45유로로 결정했다”며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마이너스 성장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미국 사례도 거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으로 15달러로 대폭 인상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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