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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연예편지도 써낸다…‘초거대 AI’ 개발, LG 1130억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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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1796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연설을 했다. “미국 행정부를 관리할 한 시민을 새로 선출할 시기가 이제 멀지 않았으며… 제가 시민 여러분의 선택지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이 말씀을 올립니다”로 시작하는 연설은 6000자가 넘는 장문이었다.

‘초거대 인공지능(AI)’에 이 연설을 요약하라고 지시했더니 단 네 마디였다. “대선 출마 안 합니다.”

초거대 AI는 작문도 할 수 있다. 미국 AI 연구소인 ‘오픈 AI’가 개발한 ‘GPT-3’한테 연애편지를 써달라고 했더니 “필요한 것은 사랑을 주고받고자 하는 마음뿐, 어떤 조건이나 기대 없이 완전히 사랑하려는 마음뿐입니다”라는 글을 작성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이 17일 비대만 방식으로 개최한 'AI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 LG]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이 17일 비대만 방식으로 개최한 'AI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 LG]

LG그룹이 앞으로 3년간 1억 달러(약 1130억원)를 들여 초거대 AI 개발에 투자한다고 17일 밝혔다.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 추론까지 할 수 있는 AI 기술이다. LG AI 연구원은 이날 비대면 방식으로 ‘AI 토크 콘서트’를 열고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LG AI 연구원이 개발 중인 초거대 AI는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다. 1초에 9경5700조 번의 연산 처리를 할 수 있는 대용량 연산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학습한다.

미국의 ‘GPT-3’는 초거대 AI 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1750억 대의 파라미터를 갖춰 사람처럼 대화하거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AI의 지능이 높아진다.

LG는 올 하반기 6000억 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공개할 예정이다.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도 추론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 측은 “제품 개발 프로세스 단축, 신개념 암치료제인 항암 백신 개발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와 협업해 제품 디자인이나 내부를 설계할 수 있는 ‘창조적 초거대 AI’도 개발한다. 예컨대 “슈퍼카를 닮은 로봇청소기 디자인해 줘”이라고 말하면 이와 관련한 디자인 시안 수백 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초거대 AI 연구와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및 데이터 확보를 통해 오픈 생태계를 구축하고, 최신 AI 기술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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