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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변 다 죽인다’ 협박한 조폭…친구 죽자 “난 말렸다” 발뺌

중앙일보

입력

조폭 A씨(26)가 과거 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친구 B씨(26)에게 보낸 편지. B씨는 지난달 1일 전북 전주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 등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진 피해자 법률대리인

조폭 A씨(26)가 과거 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친구 B씨(26)에게 보낸 편지. B씨는 지난달 1일 전북 전주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 등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진 피해자 법률대리인

"도로서 X나게 패줄게" 교도소 편지

"어릴 때 맞던 게 기억이 안나나 보다. 편지 받는 순간 (전주에서) 떠나라. 아니면 니(네) 주변 다 죽인다."

[사건추적] #전북 전주 모텔서 20대 사망 #경찰, 객실 안팎서 지인 3명 체포

조폭 A씨(26)가 지난해 교도소에서 친구 B씨(26)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다. 전북 전주의 한 폭력조직에서 활동해 온 A씨는 당시 라이벌 폭력조직과 패싸움을 한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이었다고 한다.

A씨는 편지에서 "니(네)가 죽여달라고 애원을 하는구나. 도로 한복판에서 X나게 패줄게"라고 협박했다. 이후 A씨는 교도소에서 출소했고, B씨는 지난달 1일 오후 11시47분쯤 전주시 효자동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자정 무렵 모텔 안팎에서 A씨 등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숨진 B씨의 머리와 허벅지 등에서는 피멍과 찢긴 상처 등이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외상에 의한 쇼크사였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조폭 "때리지 않고 말렸다" 항변

전주 완산경찰서는 17일 "공동감금과 특수폭행치사 혐의로 A씨를 구속 상태로 지난 4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주지검은 지난달 28일 공동감금과 강도치사 혐의로 C씨(27)를 구속기소 했다.

조사 결과 B씨를 직접 때린 사람은 조폭 A씨가 아니었다. 한 살 위인 C씨가 A씨가 있는 객실에서 2시간 동안 B씨를 주먹과 발, 둔기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들 4명은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 살며 '형''동생' 하던 사이였다.

경찰에 따르면 조폭 A씨는 사건 당일 낮에 B씨를 모텔로 데려갔고, C씨는 저녁 때 모텔에 가서 B씨를 때리기 시작했다. A씨는 경찰에서 "나도, B씨도 잠을 못 자 눈 좀 붙이려고 모텔에 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난 B씨를 때리지 않았고, 외려 폭행을 말렸다"고 했다.

"3500만원 투자…이익금 안나와 범행"

A씨 등은 B씨가 투자금을 가로챘다며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경찰에서 "B씨가 이익금을 챙겨 주겠다고 해 3500만원을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거짓말이어서 화가 나 폭행했지만 죽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C씨가 B씨에게 투자금 3500만원을 건넨 건 맞고, 이 중 1000만원을 B씨 본인이 썼다"면서도 "B씨가 보이스피싱과 관련 C씨의 심부름을 했다는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전주 한 모텔에서 동네 후배 B씨(26)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C씨(27)가 생전 B씨와 텔레그램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 캡처. 사진 피해자 법률대리인

전주 한 모텔에서 동네 후배 B씨(26)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C씨(27)가 생전 B씨와 텔레그램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 캡처. 사진 피해자 법률대리인

검찰은 이들이 폭행과 협박을 통해 금전을 회수하려 했다는 점을 감안, 우선 C씨에 대해 강도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상태다. 실제로 B씨 유족 측이 검찰에 제출한 텔레그램 대화에는 C씨가 "야 돈 보냈냐""이 X발 개XX야", "(타자) 빨리 쳐라. 거지 X발 XX야" 등 욕설을 하고, B씨가 "예 알겠습니다""죄송합니다" 등을 연발하며 쩔쩔 매는 내용이 담겼다.

유족 "조폭 키 190㎝ 육박…두려워해"

B씨 유족 측은 "A씨 일당은 이 사건 이전부터 B씨를 오랫동안 괴롭혔고, B씨는 이들을 두려워했다"며 A씨의 '교도소 편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A씨 등 3명을 강도살인 혐의로 엄벌해 달라"고 검찰에 탄원서를 냈다. B씨 측 법률대리인은 "B씨는 C씨보다 덩치가 컸기 때문에 충분히 (폭행에) 대응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A씨 키는 190㎝에 육박할 정도로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라서 B씨를 직접 때리지 않았더라도 (흉기를 들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B씨에게 저항을 포기하도록 하는 위압감 내지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폭과 선배 등에게 폭행당해 숨진 20대 남성 아버지가 검찰에 낸 탄원서. 사진 피해자 법률대리인

조폭과 선배 등에게 폭행당해 숨진 20대 남성 아버지가 검찰에 낸 탄원서. 사진 피해자 법률대리인

경찰 관계자는 "겉으로는 친구와 선후배 사이였지만, 조폭 A씨와 선배 C씨가 피해자(B씨)를 오랫동안 괴롭히고 군림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살인죄를 검토했으나 폭행 후 피해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에 신고한 점 등을 감안, 우선은 특수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며 "살인에 대한 고의 여부는 재판 과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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