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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명·추미애까지 “조희연이 왜 1호?”…與 동네북된 공수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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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출범에 사활을 걸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시작부터 여권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사건을 선정하자 여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오랜 기다림 끝에 출범한 공수처의 1호 수사가 해직교사 특채라니 뜻밖”이라며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랐던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며 공수처 출범을 기다렸던 국민의 여망을 공수처가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11월 중등교사 특별 채용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에 ‘2021년 공제 1호’ 사건 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여권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분통을 터뜨린 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는 중대범죄도 아닌 ‘진보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의 건’에 대해 별스럽게 인지 수사를 한다고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했다”며 “공수처의 칼날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죄, 뭉개기 한 죄를 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지난 14일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말할 법한 일”이라며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막강한 힘을 갖는 고위권력이기에, 공수처는 국민의 전폭적 신뢰와 지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지금 공수처의 엉뚱한 ‘1호 사건’ 선정으로 존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2일 서울시 가재울중학교에서 열린 신규교사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2일 서울시 가재울중학교에서 열린 신규교사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차관급 대우를 받는 교육감에 대해 수사는 할 수 있지만, 기소는 할 수 없다.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교육감, 판사·검사 등 4급 이상 대부분의 ‘고위공직자’가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공수처는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에 대해서만 기소할 수 있다. 교육감은 공수처가 수사하더라도 기소부터는 검찰에 넘겨야 한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소속 한 의원 16일 통화에서 “공수처는 검찰개혁 차원에서 만든 것인데, 자신들이 수사 후 기소도 못 하고 검찰로 넘겨야 하는 사건을 ‘1호’로 택한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다 되레 더 논란을 키운 모양새”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민주당의 ‘자기편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부·여당은 수사하지 말고 야당만 수사하라는 뜻인가. ‘우리는 봐달라’는 이야기인가”라며 “여당이 집요하게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해 출범시킨 저의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곽상도 의원도 “공정 문제가 가장 화두인 가운데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라며 “(민주당이) 자기들과 우호적 관계에서 교육 정책을 논하던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니 참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희숙 의원도 “(여당) 본인들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해야 한다는 생떼”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내에도 공수처 공개비판이 역풍을 부를까 걱정하는 시선은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삐끗하면 또 한 번의 내로남불 또는 누워서 침 뱉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교육감도 어쨌든 ‘고위공직자’에 속하니, 제도적으로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수사 못 할 것은 아니다”라며 “필요하다면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 수사에 충실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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