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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아동 5~10%는 언어지체

중앙일보

입력

"우유…." "물…." 목이 마를 때 아들 세민(당시 36개월)이가 했던 말이다.

"물.우유 좀 주세요"라고 가르쳐도 문장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경기도 평촌에 사는 황모(35)씨는 그런 세민(6)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결과는 또래에 비할 때 '언어지체'였다. 세민이가 세 살 터울의 형과 그럭저럭 잘 놀아 내버려둔 적이 많은 게 문제였다. 자극이 부족했던 것이다. 황씨는 "혼자 글을 깨우친데다 말이 없고 고집을 부리지 않아 막연히 순하다고 칭찬만 해왔다"며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조기에 발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언어지체 아동 상담이 늘고 있다. 푸른미래 언어발달연구원 노성임 원장은 "2세부터 7세 사이 아동의 5~10%가 이 같은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유아용 한글 교재가 0~2세용까지 낮아지면서 문자 교육 시기가 빨라진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체로 만 3세 아동의 30%가, 만 4~5세의 90%가 문자 교육을 시작하는 추세다.

유아기에 과도하게 문자 학습에 내몰린 아이들은 스트레스로 불안과 경련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조기 영어 시청각 비디오 ▶부모의 과잉 교육 ▶형제없는 아동들의 또래 비경험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 부모 교육이 더 중요해요 = 선천적 언어장애의 수준이 아니라면 언어지체 증상은 부모가 환경을 바꿔주면 비교적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다. 문학박사 김모(42)씨는 3년8개월 된 늦둥이가 언어지체 진단을 받은 경우다. 젊은 엄마들처럼 귀엽고 과장된 목소리로 아이에게 적절한 눈높이의 대화를 못해준 게 문제였다.

이화여대 발달장애아동센터의 연석정(31) 언어치료사는 "고령의 엄마나 교육수준이 높은 엄마들은 아이가 다 컸다고 생각, 발달단계에 맞는 '마더리즈(motherese: 엄마가 아이에게 적합한 톤과 목소리로 들려주는 말)'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부모의 경우 아이와 같이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부모의 역할이 수정되면 6개월이 되기 전 아이의 눈은 반짝이고 말의 속도가 빨리지기 쉽다. 연 치료사는 특히 '직장맘'들의 과잉욕심을 지적한다. 이중언어를 가르치려는 욕심에 퇴근하자마자 들어와서 영어 단어를 하나 더 확인하고 들려주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부모는 가장 훌륭한 장난감(?) = 학습교재나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것보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이화여대 발달장애아동센터의 이금진 부소장은 미국의 마놀슨 박사가 개발한 '3A 놀이법'을 사용하면 장난감보다 적은 돈을 들이고도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래픽 참조>

이 소장은 "부모는 혼자 행동하는 연기자, 지시하는 감독자, 혼자 구경하는 관람자가 되지 말고 6개월간 꾸준히 3A법을 실천해보라"고 주문했다.

◆ 정상인가 아닌가 판단은 = 연령대별로 기준이 달라진다. ▶아이가 돌이 되어도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에 반응이 없는지 ▶21개월이 되어도 간단한 지시에 반응하지 않는지 ▶25개월이 되어도 2개의 낱말을 조합할 줄 모르거나 신체 부위를 가리키지 못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조양호 언어클리닉 원장은 "단지 말이 늦을 뿐이라고 부모들은 생각하지만 자칫 자폐증이나 정신지체, 부모와의 애착.정서적 장애가 동반될 수 있으며 특히 아이의 인지, 정서, 사회적 발달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진 기자

*** 36개월까지의 언어지체 자가진단법 전문과 평가방법, 검사법은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자료실에 올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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