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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36)아마씨

중앙일보

입력

아마씨는 보라색 꽃을 피우는 리늄 속의 식물종자로 약 8천년에서 1만년 전에 메소포타미아지역의 비옥한 계곡에서 경작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수천년 간 식품 및 직물원료로 사용돼 왔으며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및 로마의 의학서적들에는 질병 예방이나 치료 등 의학적인 효능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다.

최근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아마씨 성분의 생물학적 활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씨는 지방(41%), 단백질(20%) 및 섬유소(28%)의 함량이 높고 특히 오메가-3 계열의 필수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 식물성에스트로젠의 일종인 리그난, 수용성 섬 유소의 좋은 급원으로 알려져 있다.

오메가-3계열의 지방산은 오메가-6계열의 리놀레산과 경쟁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오메가-6 계열 지방산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염증매개 물질의 생성을 방해하여 동맥 경화증과 류머티스관절염 등의 염증성질환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규명된 바 있다.

우리가 식품을 조리할 때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식물성기름인 옥수수유와 대두유는 전체 지방산 중 오메가-3계열의 지방산 함량이 각각 1%와 8%인데 비해 아마씨유는 전체 지방산의 57%가 오메가-3 지방산이다.

최근 다양한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해 각종 염증매개 물질이 세포의 암화과정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오메가-3 지방산은 암 예방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수행된 역학연구 결과에 의하면 알파리놀렌산 섭취량은 유방 암 발생과 역의 상관성을 지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한편 아마씨는 대장 박테리아에 의해 엔테로락톤, 엔테로다이올과 같은 호르몬 유사체인 포유류 리그난으로 전환되는 리그난 전구체의 함량이 다른 채소, 과일, 두류, 곡식류 및 종자류의 75-800배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이들 물질은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특정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리그난은 그 구조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하여 세포막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는 성질을 소유한다.

특히 리그난은 내인성 에스트로겐의 존재 여하에 따라 에스트로겐 유사체 혹은 에스트로겐 길항제로 작용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폐경 전 여성의 경우와 같이 내인성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가 정상일 때에는 리그난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여 내인성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저해함으로써 에스트로겐 길항제 작용을 하게 된다.

내인성 에스트로겐은 유방암 발생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고 따라서 아마씨는 과도한 에스트로겐 노출에 의해 유도되는 유방암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다수의 동물실험에서 리그난의 유방암 발생 억제 효과가 입증되었고 최근에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유방암 환자들에게 1일 25g의 아마씨를 32-39일 간 섭취시켰을 때 아마씨를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암 조직의 성장이 억제되는 것으로 관찰된 바 있다.

전립선암 역시 호르몬 수준과 연관된 암으로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 및 그 대사체의 수준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 수행되고 있는 임상시험 초기결과,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전립선암 환 자들이 저지방식사를 유지하면서 30g의 아마씨를 섭취하였을 때 아마씨를 섭취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암 세포의 성장이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이 관찰된 바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마씨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생리활성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동물실험과 초기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관련기전이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암 예방물질 또는 암 치료와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는 보조소재로서의 사용 가능성과 섭취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큰 규모의 인체시험이 추가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아마씨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보고된 예는 없다.

단,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호르몬 유사체이므로 오랫동안 많은 양을 섭취하였을 때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섭취권장량은 심장순환기계 질환 예방지표를 이용한 임상시험에 근거하여 하루 약 25g 정도이다.

(성미경 교수 =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대한암예방학회 편집이사)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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