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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사회문제 이젠 기업 아닌 국민 입장에서 봐야" 강조

중앙일보

입력

12일 회의를 주재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진 대한상의

12일 회의를 주재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진 대한상의

“사회 문제를 기업의 입장으로만 고민하지 맙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2일 서울상의 부회장들과 함께 한 첫 회의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업들이 힘을 쏟자”고 제안했다. 사회 문제 해결은 최 회장이 SK그룹 회장으로서 강조해온 기업의 역할로, 이날 상의 회장단에게도 동참을 권하면서 한국 기업 전반의 역할로 퍼뜨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을 겸직하는데, 서울상의 부회장들로 구성된 회장단 모임이 실질적인 대한상의의 운영 방식에 영향력을 미친다.

최 회장, 상의회장 취임 후 벤처 부회장단과 첫 회동

이날 회의는 최 회장 취임 뒤 꾸려진 회장단과의 첫 업무 모임이었다. 최 회장 체제의 부회장단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벤처 창업으로 부를 일군 이른바 ‘자수성가 IT 기업인’이 합류해 화제를 모았다.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회의엔 25명의 회장단 중 김택진 대표와 장병규 의장 등 17명이 참석했다.

"사회문제 해결 주도" 공감

서울상의는 회의 전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주제만 회장단에게 알려줬다. 큰 틀의 주제 안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해보자는 뜻에서다. 회의는 최 회장이 인사말을 한 뒤 자연스럽게 부회장들을 소개하면서 발언을 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연합뉴스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지금은 우리만의 입장이 아닌 국민과 정부, 국회가 보는 관점에서 사회적 문제를 재정의하고 해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 현안 대응방식에도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그 동안 최 회장은 노숙자, 독거 노인, 결식 청소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등을 구체적인 사회적 문제로 언급해왔다. 다만 이날 회의에선 사회적 문제와 경제 현안의 주요 사례가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부회장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술변화와 사회문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발전의 새로운 모델과 사회문제 해법을 찾는 일에 기업 부문에서도 더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자”는 최 회장 제안에 모두 동의했다. 최 회장은 “상의가 구심점이 돼 조금씩 변화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부회장들도 가장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 언급하진 않았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움직이려 할 때 서울상의ㆍ대한상의가 어떤 식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이를 추진할 지, 구체적 실무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사회문제 해결로 주제가 정해진 만큼 “기업들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실천 과정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회장단을 비롯한 상의 집행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번 나왔다고 한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연합뉴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연합뉴스

최 회장, 文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 합류할 듯 

다만 규제 입법 저지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등 경영계 숙원 사항에 대한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대외적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관철시키자거나, 각 회사 특성에 맞게 이런 일을 하겠다는 실질적 활동 계획까지 정해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를 끝내고 나온 부회장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각자의 회사로 돌아갔다.

최 회장은 회의가 끝난 뒤 문승욱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면담을 했다. 상공회의소는 법정 기업인 단체인데, 상공회의소법을 관할하는 부처가 산업부다. 약 20분간의 비공개 면담에선 21일 한미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 미국 방문을 함께할 경제사절단 구성을 논의했을 거란 게 경영계의 관측이다. 최 회장도 대한상의 회장과 SK그룹 회장 동시 자격으로 경제사절단에 합류할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코로나 백신인 노바백스 위탁 생산 협력,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건설 등의 현안을 갖고 있다. 최 회장 외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이 사절단으로 거론된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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