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생활관리가 보약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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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근무하는 고효진(37.가명) 씨. 잦은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로 밤잠을 못 이루고 낮에도 몽롱한 기분을 자주 느끼곤 했다. 좋아하던 주말운동도 거르고 몇 주째 쉬고 있지만 피로는 가실 줄 몰랐다. 최근엔 누군가에게 두드려 맞은 듯 온몸이 아프고 편두통까지 생겼다. 한의원에 갔더니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만성피로증후군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를 말한다. 보통의 피로와 달리 쉬어도 잘 풀리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증후군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은 스트레스.공기 오염.과로.교통사고.산후조절 실패.갱년기.화병 등 다양하다. 상승과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생활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요인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만성피로증후군은 성인 뿐 아니라 아이들도 걸릴 수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아이가 수시로 머리.배가 아프다거나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이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방치할 경우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성인들은 의욕이 없어 사회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갑상선.당뇨.중풍 등에 걸리고 심지어 과로사하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노아한의원 이형석 원장은 생활관리를 통해 만성피로증후군을 바로잡을 것을 권한다.

일정하고 충분한 수면은 치료를 위한 제1 요건이다. 이 원장은 오후 11시엔 잠자리에 들고 6시간 이상 잘 것을 강조한다. 평소 물을 많이 마셔 몸의 수분을 알맞게 보충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만성피로 환자들은 좋지 않은 공기에 극도로 예민하다. 그런 만큼 새집이나 새가구 등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백화점.극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고 환기가 잘 안되는 곳은 피한다. 향수나 화장품 사용도 가급적 자제하고 금연.금주하도록 한다.

음식은 육류보다 비타민이 많은 야채.과일류가 좋다. 커피 대신 항산화 효과가 있는 녹차.홍차류를 마시도록 한다. 농약.각종 색소.방부제가 들어있는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 하고 유기농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소화가 잘 안 되는 밀가루 음식은 피하고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소식하는 습관을 갖는다.

그는 또 좋은 음악을 듣거나 공기 좋은 산을 찾아 산림욕을 즐길 것을 권한다. 웃음과 명상치료도 생활 속에서 누적된 피로를 삭이기에 제격이라고.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해도 치료가 안 된다면 한방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한방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게 이뤄진다. 일례로 산후나 교통사고로 인해 만성피로증후군이 온 경우 계지복령환.사물탕.팔물탕 등 몸상태에 맞게 한약을 써서 어혈을 풀어주면 실마리를 찾게 될 수 있다. 늘 감기를 달고 사는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겐 보중익기탕.형개연교탕.경옥고 등을 처방한다. 전신 통증을 호소하거나 편두통.어지럼증이 있는 경우라면 침 치료가 효과적이다.

"침과 한약으로 전신의 순환을 도와주면 통증이 사라지고 면역 기능이 좋아진다. 만성피로증후군의 한방치료는 궁극적으로 수면상태를 좋게 하는 데 있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 말끔한 느낌이 들면 온몸의 통증과 피로감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고 이 원장은 말한다. 031-901-6201

※만성피로증후군 자가진단표

1. 목이 건조하고 입이 자주 마르다.
2. 목과 어깨 주변이 뻐근하고 아프다.
3. 머리가 늘 멍하고 최근 기억력이 몹시 떨어졌다.
4. 입술 주변 포진이나 입안 염증이 잘 생긴다.
5. 면역력이 떨어져 피부나 코에 알레르기 질환이 잘 걸린다.
6. 운동하면 오히려 더 피곤하고 아프다.
7. 관절이나 근육 등 온몸이 아프다.
8. 언제 어디서나 졸리다.
9. 잠들기가 어렵고 꿈을 자주 꾼다.
10. 자다가 깨서 서너차례 소변을 본다.
11. 앉거나 누웠다 일어나면 어지럽다.
*위 증상 중 4개 이상이 '그렇다'로 나타나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형석 자문의 약력

- 경희대 한의과대학 졸업
- 경희대학교 동서의학과대학원 박사
- 한방피부미용학회.한방외치요법학회 정회원
- 전 보건복지부 [만성통증에 대한 침진통효과 및 기전연구] 4개년 프로젝트 책임연구원
- 현 보건복지부 [한국형 전침개발] 책임연구원
- 예장생협 교육이사
- 경희대학교 대학원 동서의학과 외래교수
- 현 노아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