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미국의 ‘고용 쇼크’가 금리 인상 우려를 불식시키며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52P 올라 20일 만에 최고치 경신 #기관 9600억 순매수, 상승 이끌어 #미 고용쇼크 되레 금리안정 호재로 #외국인 선물시장서 7000억 ‘외조’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10포인트(1.63%) 오른 3249.30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0일 기록한 최고치(3220.70)를 20일 만에 경신했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2267조원으로 불어나며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1.48% 오른 992.8에 마감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역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다. 개인 투자자가 1조1900억원가량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기관이 96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9거래일 만에 ‘사자’에 나선 외국인도 230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2300억원밖에 사지 않았지만, 선물시장에서 7000억원 넘게 매수했다”며 “실제론 외국인이 1조원 가까운 수급을 움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날아든 ‘깜짝 뉴스’가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4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26만6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약 100만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고용 부진은 증시에 악재다. 하지만 이날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용 부진이 오히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덜어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고용 위축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가 해소된 것이 국내 증시에 우호적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정명지 팀장은 “미국의 고용 쇼크가 준 선물”이라며 “이는 달러 약세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로 원화값이 오르면(원·달러 환율 하락)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손 부담 없이 한국 주식을 ‘투자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코스피 상승이 지속할 지로 향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조만간 3300선 위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관건은 반도체 대장주다. 연초 상승장을 주도한 삼성전자는 4개월째 8만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한 단계 더 레벨업 하려면 반도체주가 올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등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기엔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며 “산업에 대한 모멘텀이 있어야 시장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