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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식품물가 상승률, OECD 회원국 중 터키에 이어 2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식품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리라화 값이 추락하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초고물가) 위기로 빠져든 터키 바로 다음이다.

9일 이날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9일 이날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OECD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한국의 식품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8.4% 올랐다.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1위 터키(17.4%)에 이어 2위다.

터키는 심각한 물가 난을 겪고 있다. 취임한 지 넉 달밖에 되지 않은 터키중앙은행 총재가 물가ㆍ통화정책 혼선 끝에 경질됐을 정도다. 갑작스러운 중앙은행 총재 교체로 리라화 값은 다시 추락했고 물가는 더 치솟는 중이다.

이런 터키의 바로 뒤를 이을 만큼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3위 아이슬란드(6.0%), 4위 칠레(5.2%), 5위 멕시코(4.4%), 6위 콜롬비아(3.9%)도 멀찍이 따돌렸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며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3.3%)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OECD 평균(2.7%)의 3배가 넘었다.

식품 물가 상승률 상위 10개국.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식품 물가 상승률 상위 10개국.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앞으로가 더 문제다. OECD 통계를 보면 4월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8.1%로 여전히 높다. 35개 회원국 중 5개국 통계만 나와 아직 비교가 어렵지만 3월에 이어 4월 이후에도 상위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 탓만 하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저효과로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지난해 물가가 크게 낮았던 기저효과 요인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란 진단만 주를 이룬다.

한국의 식품 물가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았던 2011년(8.1%)과 비교해 정부 대응 수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시 물가대책회의가 매주 열리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반시장적이란 비판이 일긴 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이름을 걸고 해당 품목 물가를 관리하는 물가 실명제도 실시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식품 물가는 날씨 등 일시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어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으로 식품은 물론 다른 부분으로도 인플레이션이 확산할 조짐이 있는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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