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아토피` 자연학교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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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이 때문에 가급적 천연소재로 인테리어를 했어요, 무공해 먹거리를 즐기도록 하고 자연의 기운을 맘껏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

지난달 일산동구 장항동에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자연학교를 개설한 노아한의원 이형석(36) 원장이 밝힌 학교 개설 취지다.

서울 잠실에서 한의원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 원장은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없애고 천연 VOC를 생성케 하는 훈증요법을 이용한 아토피 치료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젊은 한의사다. 세계 3대 피부저널 중 하나인 영국 피부저널(The 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 4월호에 논문이 채택됐다. 아토피에 관한 한 국내 최초라는 것이 이원장의 설명이다.

노아는 No Atopy에서 따온 것. 아토피 없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자연학교 구상엔 아들 은열이의 영향이 컸다. 알레르기 비염 증세가 있는 은열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었다. 맞벌이 부부로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계속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아이가 가와사키병으로 진전된 것. 바로 어린이집을 끊었다. 은열이가 다닐 수 있는 유치원을 찾아 나섰지만 마땅치 않았다. 어린이집.유치원 원장 등을 만나며 뜻을 같이하자 제안했다.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자연학교를 구상하며 3년 전 인연 맺은 생태유아공동체 임재택 교수를 떠올렸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텃밭을 가꾸는 등 자연 속에서 놀게 하는 프로그램에 무릎을 쳤던 터다. 수도권에 법인체를 발족하도록 돕고 이원장은 정작 대의원으로 물러섰다. 생태유아공동체는 어린이집을 돌며 생태교육과 유기농 식단 제공, 생일잔치 먹거리 공급 등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연고도 없는 일산에 터를 잡은 건 순전히 정발산이 좋아서였다. 은열이와 함께 구름산행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의 감동을 이원장은 잊을 수가 없다. 그 감흥을 아토피 아이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연학교 아이들은 등원과 동시에 산을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의원 곁에 마련한 80여평의 자연학교는 새로 인테리어를 했지만 새집의 느낌은 없다. 새 가구 대신 중고가구를 구입해 손질하고, 목수를 들여 책상과 책장을 짰기 때문이다. 장난감 하나 없는 어린이집. 대신 아이들은 텃밭을 가꾸고 직접 뭔가를 만들고, 전통놀이와 전래동화를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이원장은 물론 유아 교육과 공동 육아를 경험한 사회복지사, 웃음치료사들이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노아자연학교는 5~7세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다. 여느 공동육아 기관은 부모가 함께 참여해야 가능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를 맡기기만 하면 된다. 이뿐 아니라 대부분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원장은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다.

"아토피는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닙니다. 국가가 나서야 하고 환경운동 차원에서 풀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야 부모들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 그러나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봄볕보다 따스하기만 하다. 031-901-6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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