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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수출 기지개, 고용은 여전히 겨울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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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 경제가 수출 호조로 올해 순항하고 있지만, 고용 상황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면역 이후 경제가 회복돼도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률 마이너스 행진 멈췄지만 #경제 허리인 3040 일자리는 줄어 #코로나로 비대면 상거래 확산 #팬데믹 이후에도 회복 힘들 듯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낮은 고용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낮은 고용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일 기획재정부·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全)산업생산 계절조정지수(2015년=100)는 111.2를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을 웃도는 수치로, 2000년 1분기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제조업생산지수는 최고치를 찍었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두 분기 연속 상승했다. 수출도 지난달 지난 10년간 최대인 41.1%나 증가하는 등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1~4월 누적 수출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는 사상 최대다.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비스업 생산은 코로나19사태 이전 수준 회복 못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비스업 생산은 코로나19사태 이전 수준 회복 못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문제는 일자리다. 3월 고용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상승한 59.8%를 기록하며 1년간 이어온 고용률 마이너스 행진을 끝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3월(60.4%)의 고용률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특히 고용의 질이 나쁘다. ‘경제 허리’인 30·40대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고, 정부가 직접 만든 일자리의 증가세만 뚜렷하다.

전망도 어둡다.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의 올해 취업자 수 증감치 전망은 평균 11만명 정도 수준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가 21만8000명 감소했는데, 올해 이의 절반 정도밖에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예상이다. 이는 고용 유발효과가 큰 대면 서비스업이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여전히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요 산업생산지수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올해 1분기 108.4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 4분기(109.2)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서 일자리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등 수출이 잘되는 업종은 고용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내수 서비스 업종은 경기가 아직 가라앉아 실제 체감하는 고용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산업구조의 변화도 일자리에는 악재다. 지난달 말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무인판매점, 디지털 상거래 확산 등 비대면·자동화를 가속하면서 코로나19 위기 이후에 고용 없는 회복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발제자로 나선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와 산업용 로봇 확산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로 인한 고용과 임금 둔화 및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이 통상의 흐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공적인 방역과 백신을 통한 조속한 집단면역 달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집단면역 후에도 업종별로 회복 속도에서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컨대 항공·여행업 등은 대면 경제활동의 재개에 따라 빠르게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화·무인화가 진행된 업종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일자리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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