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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는 파랑, 여아는 분홍?…인권위 “성별 구분 개선해야”

중앙일보

입력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 등 성별에 따라 영유아 상품의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을 탈피하고, 성 중립(gender-neutral)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4일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영유아제품 생산·유통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에서 이같이 의견을 밝혔다.

앞서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1월 영유아 상품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상품을 색깔로 구분하는 것은 남녀의 상징 색깔을 고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등 성 차별적 인식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 대상이 된 업체들은 성 차별 조장 의도가 없고, 소비자 편의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등의 취지로 주장했다.

인권위는 진정 자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차별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진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조사·검토에 들어가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인권위는 정치하는엄마들이 낸 진정이 인권위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상품의 종류나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성별을 표기하는 것은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사회문화적 편견을 조장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영유아 상품의 성별 구분은 단순한 ‘구분’에 머무르지 않고, 취향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능력을 펼치고 모색하는 데 제한을 주는 등 성 역할 고정관념과 차별적 성 인식을 강화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영유아들이 경험하는 환경은 그들의 인식과 태도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도 일부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을 탈피해 성 중립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각하 결정과는 별도로 의견을 냈다.

한편 피진정 대상이 된 업체들은 인권위에 “상품에 성별을 표기하는 방식을 수정하고, 향후 모든 상품에 성별 구분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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