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살 딸 학대 살해한 계부, 딸 쓰러졌는데 '폰게임'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와 친모 B씨가 지난 3월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와 친모 B씨가 지난 3월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생인 딸을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계부가 4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계부는 딸이 사망 전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데도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계부 A씨(27)와 부인 B씨(28)는 딸에 대한 학대와 관련해 서로 말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이날 열린 재판에서 A씨의 변호인은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A씨는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C양(8)이 사망하기 이틀 전 B씨는 C양에게 밥과 물을 전혀 주지 않았고,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까지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켰다고 한다. B씨는 딸의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아주지도 않고 2시간 동안 화장실에 방치했다.

당시 A씨는 또 다른 자녀인 9세 아들과 거실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C양이 쓰러져있을 당시 학대에 쓰인 도구를 버리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이날 법원에서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C양을 뒤늦게 방으로 옮겨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그러나 C양의 맥박이 희미해지자 평소 C양을 학대할 때 사용하던 옷걸이를 부러뜨려 베란다 밖으로 버렸다고 한다. 이후 아내에게는 "5차례 정도 때렸다고 하자"며 말을 맞추려 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날 법정에서 A씨의 변호인은 "살인 혐의의 사실관계도 인정한다"면서도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A씨 부부는 지난 3월 2일 인천 중구 운남동의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 C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양은 얼굴·팔·다리 등 몸 곳곳에 멍 자국이 난 채 사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