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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오수…‘코드 검찰총장’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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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일 신임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지 60일 만이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가운데), 이성윤 검찰국장(오른쪽)으로부터 ‘검찰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는 모습.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신임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지 60일 만이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가운데), 이성윤 검찰국장(오른쪽)으로부터 ‘검찰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는 모습.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오수(58)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지난 3월 4일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놓고 있던 윤석열 전 총장이 중도 사퇴한 지 60일 만이다.

문 대통령, 박범계 제청에 즉시 지명 #청와대 “조직안정·개혁에 적임” #정치권 “정권 방패 역할 맡긴 것” #야당 “검찰 중립 무시한 코드인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차기 총장 후보로 김 전 차관의 임명을 제청했다. 지난달 29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김 전 차관과 함께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 등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한 지 나흘 만이다.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의 제청을 즉각 받아들였다. 김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20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지명 배경에 대해 “검찰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국민이 바라는 검찰이 되도록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 안정과 개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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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차기 총장 후보 4명이 추천된 직후부터 김오수 카드의 지명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돼 22개월간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을 내리 보좌했다. 이후 고위직 인사 수요가 있을 때마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윤석열 전 총장의 임명 때는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고, 이후로도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감사원 감사위원으로도 거론됐다. 그만큼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라는 뜻이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거치며 국정의 동력을 상실한 문 대통령으로선 코드가 맞는 친정부 인사에게 검찰 조직의 안정적 관리라는 미션을 부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소위 ‘코드 인사’ 논란과 관련, “공직 후보 중 최대 노미네이션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이 향후 정권 수사에 대한 방패 역할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당 내 “김 발탁 뒤엔 노무현 트라우마”

주로 야당에서 제기되는 주장이지만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 역시 “최재형 감사원장이 친정부 성향을 문제 삼아 감사위원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김 후보자의 검찰총장 지명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매 정권 말기 청와대와 여권의 핵심부를 겨눴던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이뤄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 같다”며 “김 후보자 지명엔 보복성 검찰 수사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지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후보자의 지명은 친정부 성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정치 수사의 최전선이 될 서울지검에 유임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있다”며 “야당이 이 둘에 대해 ‘정권 말 청와대 옹위대’라는 프레임을 걸고 있는 상태에서 청문회가 상당히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수원 23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당초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야당의 반발 속에 결국 최종 후보 4인 명단에선 제외됐다. 사법연수원 20기인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이 지검장의 유임 또는 영전 인사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날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여야의 입장은 확연하게 갈렸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당면한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고,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인사”라며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그 소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에 국회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는 법무차관 시절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보좌하며 검찰 내부의 신망을 잃은 사람”이라며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생명인 검찰총장마저 코드 인사를 강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검찰청법상 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임기를 채울 경우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과 차기 정부의 첫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게 된다.

강태화·송승환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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