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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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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인류 역사에서 여성혐오와 같은 의미의 남성혐오가 존재한 적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 현실적 의미에서 ‘여성혐오’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현실 세계에서 남성에 대한 구체적 억압과 차별이 행사되는 ‘남성혐오’의 개념은 인류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남성은 여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그리고 여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존재’로 취급된 역사가 없다는 말이다.

강남순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요즘은 ‘여혐’만큼 ‘남혐’도 문제라고 한다. 아주 많다는 뜻인 ‘오조오억’, 급하게 먹는 모습을 표현한 ‘허버허버’ 등이 남혐 단어라며 인터넷에서 실력행사가 벌어졌다. 그러나 강남순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턴 신학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남성은 자연적으로 우월하며 여성은 열등하다. 한쪽은 지배하고 다른 한쪽은 지배당한다. 이러한 원리는 모든 인류에게까지 확장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로 올라가는 여성혐오를 ‘한남’이나 ‘오조오억’의 남혐과 동의 선상에 놓을 수 없다.

“여성혐오 사상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하고 자연화한 여성 이해다. 여성이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이나 사회·제도적 차원에서 차별과 배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은 단지 남성이기 때문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사적· 공적 영역에서의 특권을 누려 왔다.” 노벨상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 유명한 문장도 재인용한다. “(남성중심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이 자신을 비웃을 것을 두려워하지만, 여성은 남성이 자신을 죽일 것을 두려워한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