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혈액순환 개선 갱년기 증상 완화 영양소 품은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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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씨앗의 건강학 사람들은 건강과 신선한 디저트를 위해 과일을 찾는다. 보통 과육만 먹고 씨앗은 버린다. 그런데 과일의 영양소가 의외로 가득 든 곳이 씨앗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식물 속 비타민·미네랄과 단백질, 효소, 에센셜 오일 등 유익 물질이 과육보다 씨앗에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처음 싹을 틔울 때 필요한 영양소가 씨앗에 농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퍼푸드로도 불리는 씨앗의 건강 효능과 활용법을 알아본다.

신장 질환자에겐 수박씨 #소화 불량자에겐 포도씨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도

수박씨 - 면역력 높이는 바삭한 과자로

수박씨에 풍부한 아르지닌은 근육을 만드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수박의 과육보다 씨앗에 73배나 풍부해 근육 생성에 효과적이다. 수박씨 속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주고 고혈압·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수박씨엔 노폐물 배출을 돕는 시트룰린이 풍부해 방광염 예방에도 유익하다. 이 밖에도 수박엔 비타민·미네랄·칼슘·단백질도 풍부해 건강한 성장 발육을 돕는다.

수박씨를 버리지 말고 영양 간식으로 활용해 보자. 먼저 수박씨를 깨끗하게 씻어 그늘에 말린 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바삭해질 때까지 볶아 먹으면 고소한 풍미를 내는 영양 과자로 변신한다. 수박씨를 아몬드·캐슈넛 등과 함께 볶은 뒤 이를 시럽과 섞어 뭉치고 식혀 바 형태로 잘라주면 고소한 맛에 영양소까지 더한 수박씨 견과류가 완성된다. 수박 과육과 수박씨를 함께 넣고 갈면 영양 가득한 수박 주스가 완성된다. 단, 수박씨엔 칼륨 함량이 높아 신장 질환자는 수박씨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포도씨 - 안면홍조 줄이는 파우더로

포도 속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프로안토시아니딘 같은 폴리페놀류가 씨, 껍질, 과육 순으로 풍부하다. 머루 포도 100g을 기준으로 폴리페놀류는 과육에 17~20㎎, 껍질엔 203~239㎎, 씨에는 720~1439㎎ 들어 있다. 그중 레스베라트롤은 과육에는 없고 씨에 1.6~4㎎ 함유됐다. 항산화 활성도는 과육이 5% 미만이지만 씨는 90% 이상이다. 한국식품영양학회지(2019)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 52명을 대상으로 한 그룹(26명)에만 포도씨 추출물을 3개월간 섭취하게 한 뒤 안면홍조·발한 등 갱년기 증상의 정도를 측정했더니 포도씨 추출물 섭취군은 실험 전보다 32.8점 낮아졌지만 비섭취군은 24.5점만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포도씨 추출물의 폴리페놀류가 안면홍조·발한 같은 갱년기의 혈관성 증상을 완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포도씨를 홈베이킹에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우선 포도씨를 깨끗하게 씻어 그늘에 말린 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볶아준 후 믹서에 넣어 곱게 갈아준다. 이렇게 완성한 포도씨 파우더를 쿠키·스콘 등 베이커리류에 뿌려주면 바삭한 식감을 더할 수 있다. 요리할 때 불고기 양념 등 각종 양념에 포도씨 파우더를 섞으면 폴리페놀류를 간편하게 추가할 수 있다. 단, 소화효소 작용을 억제하는 엔자임 인히비터가 포도씨에 소량 들어 있어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석류씨 - 여성호르몬 풍부한 찜으로

석류는 씨앗이 많기로 유명한 과일이다. 과일 한 개에 씨앗이 약 800개인 데다 씨앗의 무게가 전체 무게의 52%에 달한다. 석류 영문명(pomegranate)이 ‘씨가 많은 사과’란 뜻의 중세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석류씨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이 과육보다 풍부하다. 이소플라본은 여성의 몸에서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폐경 전후 안면홍조 같은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또 석류씨에서 추출한 오일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80%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관 건강을 개선한다.

흔히 석류씨는 과육과 함께 씹어 먹는다. 하지만 치아가 약하거나 씨의 식감 때문에 씹어 먹기 부담스럽다면 석류를 통째로 갈아 석류 주스로 마시거나 석류씨를 말리고 볶은 뒤 우려 차로 마실 수 있다. 석류를 몇 조각으로 나눈 뒤 석류 껍질을 위로 한 채 껍질 부분을 숟가락으로 톡톡 치면 석류씨를 쉽게 빼낼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석류씨로 석류씨 찜을 해보자. 그릇에 담은 석류씨에 꿀을 2~3큰술 넣은 뒤 빈 석류 껍질에 이 석류씨를 다시 채워 10분가량 찌면 석류향이 진하면서도 단맛의 석류씨 찜이 완성된다. 씻어 말린 석류씨를 봉지에 넣어 큼직하게 부순 다음 그래놀라와 함께 요구르트에 넣으면 부담 없는 식감에 상큼한 맛의 석류씨 요구르트를 즐길 수 있다.

참외씨 - 변비에 좋은 얼음사탕으로

참외씨를 먹으면 배탈이 날 것이라 오해해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참외씨의 문제가 아닌 씨에 달린 태자(흰 부분)가 상한 게 원인이다. 참외씨는 오히려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참외씨에 장 환경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식이섬유와 엽산이 과육·껍질보다 풍부해서다. 물의 부력으로 신선한 참외를 구별해낼 수 있다. 신선한 참외는 참외 골이 세 줄 이상 물에 뜨지만, 태자가 상한 참외는 태자에 물기가 많아져 물에 가라앉는다.

참외씨를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하게 해 먹는 방법이 있다. 참외씨 부분을 숟가락으로 긁어모은 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믹서에 갈아준 후 얼음 틀에 넣어 얼린다. 이렇게 만든 참외씨 얼음을 그 자체로 한두 알 꺼내 먹거나 화채에 둥둥 띄워 먹으면 건강하면서 아이스크림 같은 시원한 단맛을 낼 수 있다. 엽산은 우유 같은 동물성 단백질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얼린 참외씨를 믹서에 갈고 우유에 넣어 라테로 마시거나 샐러드에 뿌리는 드레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피해야 하는 씨앗 

과일·채소의 씨앗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일부 씨앗은 사람에게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섭취에 주의해야 하는 씨앗을 알아본다.

사과·복숭아·살구·매실씨 독성 물질인 아미그달린이 다량 함유돼 있다. 과량 섭취하면 식물 속 효소의 작용으로 시안화수소로 분해돼 혈압 강하, 호흡곤란, 두통,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리치씨 하이포글리신A라는 아미노산 유도체가 함유돼 있다. 이 물질은 포도당 생성을 억제한다. 저혈당 상태에서 리치씨를 먹을 경우 혈당이 급격히 낮아져 저혈당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여주씨 쿠쿠르비타신이 심각한 구토·설사를 유발한다. 또 세포질 속에서 단백질 형성을 돕는 리보솜의 체내 합성을 저해한다. 이 독성은 열에서도 잘 파괴되지 않아 식용으로 금물이다.

토마토씨 렉틴이라는 독성 단백질이 있어 날것을 과량 섭취하면 설사, 복통, 가스 차는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날것으로 먹을 땐 속을 파 씨앗을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 익히면 렉틴이 파괴된다.

아마씨 무색의 휘발성 액체이자 독성 물질인 시안 배당체를 함유하고 있어 날것으로 먹어선 안 된다. 200도에서 약 20분간 볶은 경우에 한해 1회 4g, 하루 16g 미만으로 섭취할 수 있다.

도움말=최정은 한양대병원 영양팀 영양사, 이정주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 허정연 가천대 길병원 영양실장,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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