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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 부친 "아들 뒤통수에 파인 상처 여럿…제발 밝혀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손정민(22)씨가 실종 엿새 만인 30일 오후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민씨의 위치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다. 실종 이후 매일 밤낮을 아들을 찾아 헤맸던 아버지 손현(50)씨는 싸늘하게 변해버린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해야 했다.

"아들 마지막 모습…보고 또 봤다"

손씨는 이날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면서 뒤통수에서 상처 여럿을 봤다고 했다.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눈물이 마른 듯 차분한 목소리로 시작했지만, 중간중간 다시 목이 메였다. “아들의 머리 뒤쪽에 자상처럼 보이는 길게 파인 상처가 여러 군데 나 있었다”며 “눈으로 본 것만 최소 3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한 군데도 놓치지 않고 기억에 담으려고 보고 또 봐서 확실하다”고 했다.
손씨에 따르면 정민씨의 뒤통수 쪽에는 성인 손가락 약 2마디 정도의 길이로 상처가 여러 개 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상처의 깊이가 3cm가량 돼 보였다. 두개골이 보일 정도…”라며 “날카롭게 인위적으로 그은 것처럼 보일 만한 상처였다”고 했다. 이어 “물에서 떠내려가다가 생긴 상처일 수는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시 한강에 있던 사람을 다 찾아서라도 철저하게 밝혀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 "긁힌 상처 남을 수도.부검에서 밝혀야"

정민씨가 한강에서 발견되면서 사건은 용산경찰서에서 맡게 됐다. 경찰은 이날 중으로 검안을 마치고, 내일(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물에서 떠내려가다가 긁힌 상처가 몸에 남는 경우가 많다”며 “왜 상처가 생겼는지 등은 검안과 부검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정민씨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서초경찰서도 강력팀을 투입해 사망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손씨는 “정말 실족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날 새벽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른 원인이 혹시 있는 건지 그 모든 사실관계가 명확해져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명확하게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아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납득할 수 있게 해달라"

그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가장 힘들어하는 아내가 납득한다면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날 정민씨가 발견되기 직전까지 25일 새벽 아들을 봤다는 목격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시민 관심에 감사를 전해왔다.

30일 반포한강공원에 걸려 있는 '실종된 아들을 찾는다'는 현수막. 정진호 기자

30일 반포한강공원에 걸려 있는 '실종된 아들을 찾는다'는 현수막. 정진호 기자

정민씨의 시신은 그가 친구와 함께 있던 지점에서 가까운 강 위에서 발견됐다. 강변에서 약 20m 떨어진 곳이었다. 정민씨를 처음 발견한 민간 구조사는 경찰에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한강 물이 기존 흐름과 다르게 역류했고, 목요일부터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것 같아 주변을 확인하다 발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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