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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란 되살려 병아리 부화"…中학술지 실린 황당 논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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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식 학술저널 ‘사진지리(寫地理)’에 실린 ‘삶은 달걀을 되살려 병아리 부화하기’라는 논문. [웨이보 캡처]

중국 정식 학술저널 ‘사진지리(寫地理)’에 실린 ‘삶은 달걀을 되살려 병아리 부화하기’라는 논문. [웨이보 캡처]

'삶은 달걀을 되살려 병아리 부화하기'

“초심리 에너지로 계란 부활” 황당 주장 #학술지측 “돈 내면 발표하지 못할 논문 없다” #中네티즌 "아예 공룡 부활시켜라" 비난 쇄도

중국 허난(河南)의 한 직업학교 교장이 학술저널 ‘사진지리(寫真地理)’에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저자는 이 논문에서 “학생의 초심리의식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20분이면 삶은 달걀을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되살린 달걀로 병아리를 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문이 버젓이 학술지에 실렸다는 사실이 중국 인터넷 소셜미디어에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비난이 쇄도했고, 당국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해당 학술지 측은 750위안(13만원)만 내면 어떤 논문도 게재할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와 홍콩 명보가 27일 보도했다.

학술저널 ‘사진지리(寫地理)’에 ‘삶은 달걀을 되살려 병아리 부화하기’라는 논문을 게재한 중국 허난성 정저우(鄭州) 춘린(春霖)직업학교 궈핑(郭平) 교장. [웨이보 캡처]

학술저널 ‘사진지리(寫地理)’에 ‘삶은 달걀을 되살려 병아리 부화하기’라는 논문을 게재한 중국 허난성 정저우(鄭州) 춘린(春霖)직업학교 궈핑(郭平) 교장. [웨이보 캡처]

중국 학술 논문 검색 플랫폼인 완팡(萬方)에 따르면 ‘삶은 계란서 병아리 부화하기’ 관련 논문은 3편이다. 그 중 “삶은 계란을 되살려 병아리를 부화하는 실험 보고(부화 단계)”는 ‘사진지리’ 저널 2021년 11기에 수록됐다. 또 다른 논문 ‘삶은 계란을 날계란으로 바꾸기(계란 부활)-병아리 부화 실험보고’는 2020년 22기에 수록됐다.

논문은 “궈핑(郭平) 선생의 지도아래 특별히 훈련받은 학생이 신기하고 특별한 실험을 진행했다. 즉 삶은 계란을 다시 날계란으로 바꿔 다시 날계란에서 병아리를 부화했다. 이미 40여 개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기록했다. 이른바 ‘계란 부활법’에 대해 “삶은 계란 한 개를 찻잔에 넣은 뒤 학생이 초심리 의식 에너지를 이용해 계란을 되살리면 20분 후 계란 부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실험에는 정저우(鄭州) 춘린(春霖)학교 특훈생 10명이 참여했으며 전문가와 학생, 부모 10명이 관찰했다. 그중에는 논문 저자인 정저우 춘린 직업훈련학교 궈핑 교장과 바이웨이윈(白衛雲) 허난 의학 고등전문학교 부속병원 주임 의사도 포함됐다.

“삶은 달걀 부활법” 논문은 중국 SNS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들은 논문이 과학 상식에 반한다며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 ‘사진지리’의 논문 심사 과정의 부조리가 학계에 불량 논문을 조장한다면 관계 당국의 엄벌을 촉구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중앙도 2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해당 학술지 사건 보도를 링크하며 “쓴 사람도, 게재한 사람도 문제가 있다”며 개탄했다. 한 네티즌은 “삶은 계란 말고 공룡을 부활시켜라”며 조롱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 리쯔멍(李梓萌·44) 앵커도 26일 공식 SNS에서 “학계 정상화를 위해 관계 당국의 엄격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 리쯔멍(李梓萌·44) 앵커가 26일 '삶은계란 부활' 논문 사건에 관계자에 대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 리쯔멍(李梓萌·44) 앵커가 26일 '삶은계란 부활' 논문 사건에 관계자에 대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26일 '삶은계란 부활' 논문 사건이 불거지자 중국 공청단이 공식 SNS에 해당 사건을 규탄했다. [웨이보 캡처]

26일 '삶은계란 부활' 논문 사건이 불거지자 중국 공청단이 공식 SNS에 해당 사건을 규탄했다. [웨이보 캡처]

현지 매체의 취재가 시작되자 ‘사진지리’ 관계자는 “해당 논문은 다소 환상적이어서 정상적인 심사에서는 통과할 수 없다”며 “저자가 다른 방법을 통해 발표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저널의 한 편집자는 “논문 게재에 편당 750위안을 받는다”며 “돈을 내면 발표하지 못할 논문은 없다”고 해명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사진지리’는 지린(吉林)성신문광전국이 주관하고 지린성위린(輿林)신문잡지발전유한책임공사가 발행하는 정식 출판 잡지다.

저자 궈핑은 “실험은 개인 행위로 논문에 적힌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며 “현재 이미 100개 계란을 실험했다”고 강변했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그가 훈련한 학생들은 모두 특수 능력을 갖추고 있어 계란을 부활시킬 뿐만 아니라 “(나무에서) 잎사귀를 떼어내고 가지를 부러뜨린 뒤에도 다시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저우시 인사국 감찰부문이 해당 학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인사국은 해당 학교가 아동의 두뇌 계발을 맡는 교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만일 허가받은 이외의 과정을 운영했다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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