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경영하라] 치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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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 증가와 더불어 급증하는 병이 치매다. 치매 유병률은 65세에 5~10%를 시작으로 5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 장수할수록 치매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 평균 수명은 78.2세. 장수시대를 맞아 노년기에도 치매 없이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법을 알아본다.

#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부터 알자

치매 환자가 되면 기억력 감퇴와 더불어 계산 능력, 언어 사용 능력, 문제 해결 능력, 공간 지각력 등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 동시다발로 무너진다. 이때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치매환자는 특히 최근에 있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 특징"이라며 "특정 사건에 대해 기억할 만한 귀띔이나 힌트를 줘도 전혀 기억해 내지 못한다"고 밝힌다.

건망증은 구체적인 일은 기억 못 해도 대강의 개요는 기억한다. 또 몇 가지 힌트를 주면 곧 "아~"하고 기억을 되살린다. 즉 건망증은 기억이 두뇌 어딘가 저장돼 있지만 효과적으로 인출하는 기능에 문제가 있다. 반면 치매는 기억에 저장되지 않은 상태라 어떤 힌트를 줘도 기억하지 못한다.

# 가정에서 치매 환자 발견하기

치매환자는 기억력뿐 아니라 공간 지각력이 떨어져 길 찾는 일도 힘들다. 외출 나갔다 집을 못 찾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언어 구사 능력도 떨어져 사람 이름이나 지명이 금방 안 떠오르고 TV연속극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가족이 '내가 하는 손동작을 따라 해보라'는 간단한 지시를 해도 재현하지 못한다. 또 덧셈.뺄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계산력에도 장애가 생긴다.

물론 이처럼 인지기능 장애가 있다고 해도 행동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정상일 땐 치매가 아닌 '경도의 인지기능 장애'로 진단한다. 이 교수는 "치매환자는 인지기능 장애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혼자 영위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부모님이 이전과 달리 전화 걸기와 받기, 장보기, 요리, 집안일, 대중교통 혼자 이용하기, 필요한 약 챙겨 먹는 일 등이 힘들어질 땐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

# 치매 극복의 지름길은 조기 발견.조기 치료

치매는 뇌의 퇴행성 질환이라 진단 후에도 대책이 없다는 오해가 많다. 하지만 치매도 이젠 예방이나 지연이 가능하다. 우선 치매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이 원인이다. 따라서 뇌혈관 손상으로 인한 뇌손상의 진행을 막으면 치매도 치료할 수 있다 .

알츠하이머형 치매도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하면 병의 진행을 현저히 늦출 수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아세틸콜린이란 뇌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높여주는 약이나 뇌세포 손상을 줄여주는 약물 치료를 통해 환자의 인지기능이 현저히 좋아지고 있다"고 들려준다. 이런 약들의 특징은 초.중기 땐 효과를 보지만 뇌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치매환자에겐 효험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60세 이후부터는 치매 조기 진단에 주력해야 한다.

# 예방은 이렇게

치매 예방은 늦어도 중년에 시작해야 한다. 첫손가락에 꼽히는 예방법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을 관리하는 일이다. 또 신문 보기 등 문자를 통한 두뇌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흡연과 과음은 혈관 손상을 촉발해 치매를 촉진하므로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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