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하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30대보다 많다···사상 처음 역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모(64)씨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지는 만 2년째다. 오전에 운동을 하고 오후 3시간 근무를 나간다. 김씨는 “한 달에 60만~70만원 정도를 버는데 생활에도 보탬이 되고 남을 돕는 일이다 보니 보람도 있다”라며 “남편도 직장 생활을 여전히 하고 있고 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 연합뉴스

김씨와 같은 고령층이 한국 고용시장 ‘주류’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525만6000명을 기록했다. 1년 사이 40만8000명(8.4%) 늘었다. 3월을 기준으로 500만 명을 처음 돌파했고, 1987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인원이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취업자(2692만3000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9.5%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일하는 사람 5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란 의미다.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 수는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도 추월했다. 올 3월 30~39세 취업자 수가 523만8000명으로 내려앉으면서다. 전년 대비 17만 명(3.1%) 줄었다.

매해 3월 취업자 수를 기준으로 60세 이상이 30대를 역전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15~19세(16만9000명), 20~29세(365만 명)를 뛰어넘은 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는 경제 허리인 40대(629만1000명)와 50대(632만 명)도 위협할 정도다.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하던 1980~90년대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당시만 해도 30대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의 5~6배를 유지했었다. 빠른 속도로 진행한 저출산 고령화가 일자리 시장 구도를 180도 바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신규 채용문이 닫히다시피 하고, 영업 제한에 가게 ‘알바’ 자리까지 말라붙었다. 20~30대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반면 정부가 공급한 일자리는 고령층에 집중됐다.

30대 추월한 60세 이상 취업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0대 추월한 60세 이상 취업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에서도 60세 이상 고령층만 나홀로 상승세다. 2019년(이하 3월 기준) 40.4%, 지난해 41.2%, 올해 42.3%로 해마다 오르고 있다. 이 기간 30~40대 고용률이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 기대 수명 연장으로 인한 취업 수요 증가 등으로 고령 취업자 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랬지만 고령층 일자리 상당 부분이 정부가 공급하는 저임금 단기 근로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