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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마저 없다니 … " 허탈

중앙일보

입력

"자신을 믿었던 환자들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할 수 있는지…."

10일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된 것이라는 발표를 들은 시민들은 "믿고 싶지 않은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허탈한 표정이었다. 변리사 안재석(31)씨는 "좋은 일로 가득해야 할 새해에 국가에 해를 끼치는 일이 생겨 허탈하고 화가 치민다"며 "줄기세포 관련 연구가 조작된 사실이 밝혀진 만큼 검찰 수사로 모든 의혹과 거짓이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송희(35.여)씨는 "최소한 원천기술은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물거품이 되었다"며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그 결과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국익을 검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은 크게 실망했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이강(51)씨는 "줄기세포 자체가 없는데도 논문을 싣고 줄기세포허브를 설립한 것은 수백만 장애인을 농락한 것"이라며 "기초적인 검사도 하지 않고 연구비를 지원해 준 정부에도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루게릭병협회 김진자 부회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른 연구소에서 열심히 연구 중인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여성민우회' 정은지 부장은 "2004년 논문조차 조작으로 드러난 만큼 우리나라 사회 전체에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앞으로 과학 기술과 윤리적 문제가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의 충격도 컸다. 성균관대 유전공학과 홍성렬 교수는 "국민과 세계 과학계를 대상으로 논문 조작이라는 학문적 기만행위를 저질렀고, 해명마저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앞으로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 생명과학 분야를 기피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 교수는 "진실을 밝히려는 젊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한국 과학계의 자정능력을 보여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산병원 진단방사선학과 권석운 교수는 "배아 줄기세포의 가능성과 연구가치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만큼 과학 발전과 국익을 위해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하균 회장은 "황 교수에게 원천기술을 재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서치앤리서치는 4~5일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서울대 조사위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66%(매우 신뢰 8.6%, 신뢰하는 편 57.4%)에 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조사위를 불신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23.1%, 매우 불신한다는 답이 2.9%였다. 또 응답자의 69.2%가 '한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26.2%는 '연구에 관여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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