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직원을 둔기로 기절시키고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이 14년 만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지만 피해자와 합의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1-2부(황의동 황승태 이현우 부장판사)는 강간 등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7년 간의 아동·청소년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명령도 5년으로 줄었다.
A씨는 지난 2006년 6월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 B씨의 머리를 벽돌과 술병으로 내리쳐 정신을 잃게 만든 뒤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의 범행으로 8일간 의식을 찾지 못하고 2개월 넘게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14년간 장기미제로 남아있었지만, 지난해 3월 A씨가 다른 사건으로 조사받던 중 A씨의 DNA와 이 사건의 용의자의 DNA가 동일한 것으로 밝혀져 붙잡혔다.
1심에서 A씨 측은 범행 당시의 사실관계 등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14년동안 범인이 누군지 모른 채 불안에 떨며 극심한 고통과 피해 속에서 살아온 점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각각 항소했고, 2심에서 A씨는 B씨와 합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내용을 고려할 때 A씨의 죄질은 매우 나쁘다”면서도 A씨에게 교통범죄 외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A씨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피해자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낮췄다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