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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 돌봐라" 1년 병수발 휴직

중앙일보

입력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나이 든 부모의 부양이 점점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바쁘게 일하는 직장인이 자신을 낳고 키워주느라 애쓴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일과 가족 사이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육아와 부모 부양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되면 회사일에 전념하기 힘들다.

선진국 기업들은 직원 노부모를 배려하는데 점차 가족친화 제도의 초점을 돌리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킵(BMS)의 스테이시 위테켄 인사담당 매니저는 "노인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나 직원들 요구가 많아 앞으로 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직원 부모 문제를 해결=BMS는 직원의 노 부모 간병 등을 도와주는 '노인 돌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회사 지원으로 노인 도우미를 무료 신청할 수 있다. 도우미 파견 뿐 아니라 노인 부모를 가진 직원을 위해 노인 문제 전문가를 수시로 초빙해 직원들에게 설명해주고 상담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이 회사 위테켄 매니저는 "노인 서비스는 특히 남직원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며 "노인 도우미 이용 시간을 늘려달라는 직원 요청이 많아 대폭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 도우미 파견은 미국 생명보험사 푸르덴셜도 도입했다. 이 회사의 직원은 시간당 4달러에 노인 도우미를 부를 수 있다. 푸르덴셜의 마우린 코르코랜 부사장은 "미국 내 직원 2만5000여 명의 평균연령이 42세라 노인 부모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다"며 "직원들에게 베이비 시터를 고용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을 노인 부모에도 똑같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푸르덴셜은 직원 부모를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무료 유언장 서비스도 시작했다. 변호사를 통해 이 증서를 작성하려면 보통 100~150달러 정도가 든다. 직원 비벌리 말콤은 "아버지가 법률증서를 작성한 뒤 마음이 편안하다고 좋아하셨다"며 "회사에서 부모까지 돌봐준다는 사실이 상당히 든든하다"고 말했다.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새스에 근무하는 트렌트 스미스는 최근 "날씨가 따뜻한 지역의 노인 요양시설을 알아봐줬으면 한다"는 70세 어머니의 부탁을 듣고 회사에 상담을 신청했다. 회사 내 '근로생활부(Worklife Department)'가 노인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회사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면 일일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야 했을 것"이라며 "회사에서 어머니의 식단과 건강 문제도 함께 상담받을 수 있어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새스의 마이크 갤러거 인사담당 디렉터는 "직원들이 노인 부모를 돌보는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일에만 신경쓰라는 게 정보제공 서비스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가스는 노인 부모 등 질환을 앓는 가족을 돌봐야 하는 직원에게 1년까지 간호휴직을 준다. 또 몸이 아픈 부모를 돌봐야 하는 경우 하루 3시간의 단축근무도 허용한다. 오사카가스 측은 "간호휴직이 2001년 3건, 2002년 22건, 2003년 1건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 직원 노후를 준비=고령화 시대를 맞아 직원의 노인 부모뿐 아니라 직원의 노후까지 신경 쓰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기업연금 제도가 이미 보편화 됐지만, 많은 기업은 기업연금과 별도로 직원의 노후 대비를 해 주고 있다.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법적으로 기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연금 외에 1년에 200만 유로(약 24억원)를 적립한다. 직원이 퇴직한 뒤 국가로부터 받는 연금과는 별도로 자녀 교육이나 노후생활에 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 연금은 퇴직 뒤 65세가 되는 해부터 받게 된다고 바이엘의 볼프강 셍크 기획조정실장은 설명했다.

미국 새스도 퇴직 직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퇴직 뒤 의료연금으로 직원 한 명당 연간 3500달러를 적립해 준다.

갤러거 디렉터는 "미국에선 직장을 잃으면 민간 의료보험 부담이 엄청나다"며 "이 펀드 수혜자가 되려면 회사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해야 하는 등 회사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갤러거 디렉터는 "의료연금은 직원의 충성도를 높여준다"며 "이런 제도 때문에 우리 회사의 이직률이 다른 업체보다 훨씬 낮다"고 덧붙였다.

미국.독일.일본 = 이영렬(팀장), 이현상.장정훈.홍주연 기자 (이상 산업부), 신인섭 기자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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