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난 와중에 깜짝 발표된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인사와 이로 인한 질병관리청 위상 저하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자리를 만들어 질병청을 흔들 게 아니라 백신 수급 부담을 덜어주면서 확실한 ‘방역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비판론의 요지다.
의료계 “꼬리가 머리 흔들 수 있어 #기 기획관은 조력자 역할만 해야” #야당, 청와대의 기모란 임명 비판 #“방역·의학보다 정치 앞세워선 안돼”
익명을 요청한 한 예방의학 전문가는 19일 “청와대는 지금까지 질병청을 컨트롤타워라고 치켜세웠지만 정작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지는 않았다. 이제라도 전문가인 정은경 청장에게 지휘봉을 완전히 맡겨야 하는 시점인데 느닷없이 청와대에 새 자리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역기획관이 직접 지시하거나 판단하기 시작하면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질병청을 독립시키고 감염병 분야에 경험이 많은 정 청장을 앉혔으면 전권을 주고 일하게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질병청 내부에서 ‘위쪽 눈치 보기 바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앞으로 더 심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 기획관은 다른 부처들이 정 청장 지휘에 따라 협조를 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조력자 역할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 기획관의 정치적 편향성과 자질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그는 국립암센터 교수이던 지난해 2월부터 친여 성향 프로그램으로 지목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50여 차례 출연하면서 “굳이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국내 생산시설에서 백신을 받을 것이라 수급 불확실성이 크진 않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 기획관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부를 도와주기 위해 간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전문가 역할로 간 것이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방역기획관 신설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문제는 사람, 기모란이라는 분”이라며 “방역, 의학보다 정치를 앞세워서 방역에 혼란과 방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차제에 질병청에서 백신 관련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 1년간 백신 계약부터 접종까지의 모든 업무를 질병청에 일임해 오다가 백신 수급 지연 문제가 본격화한 4월 들어서야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TF 팀장으로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각 부처 관계자가 참여한 기구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 기관들을 조율하려면 상위 기관의 역할이 필요한 만큼 청와대나 총리 산하로 격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우선으로 정부가 고려해야 할 건 백신 수급이다. 하반기에도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 회복이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이우림·이해준 기자 yi.wooli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