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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에이즈(AIDS)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에이즈 감염은 100% 가까이 성접촉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더욱이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인해 에이즈 환자와의 만남 자체를 기피하는 등 사회적 차별이 환자들을 음지로 내몰고 있다.

에이즈 예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한편 에이즈를 하나의 질환으로 우리 사회가 수용하고 환자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에이즈 환자 3천명 = 9월말 현재 내국인 누적 감염자수는 3천657명이다. 이 중 705명이 사망해 2천952명이 생존하고 있다.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남성이 90.5%(3천311명)로 9.5%(346명)인 여성에 비해 9.6배나 비율이 높다. 감염자의 98.3%(3천94명)가 성접촉에 의해 감염됐다.

올들어 새로 감염된 내국인은 50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5명)에 비해 11.2% 늘었다.

이는 연도별 감염자수가 2000년 219명, 2001년 327명, 2002년 398명, 2003년 534명, 지난해 614명으로 2000년 이후 연평균 30% 가량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세는 둔화된 것이다.

연도별 사망자수는 2000년 32명, 2001년 42명, 2002년 58명, 2003년 63명, 지난해 81명으로 해마다 늘었으나 올해는 9월말 현재 57명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에이즈 예방에는 콘돔이 최선 = 질병관리본부는 유니세프 등과 공동으로 11월 30일 서울 명동에서 '제18회 세계 에이즈의 날 거리캠페인'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모형 성기를 이용해 콘돔의 올바른 사용법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콘돔 캐릭터인 '콘순이'와 '콘돌이'를 이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연출했다.

본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1일부터 한국에이즈퇴치연맹, MBC 등과 공동으로 대중매체를 통한 에이즈 예방 콘돔사용 권장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콘돔사용 촉진 공익광고'는 '에이즈와 성병은 콘돔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 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급 상황을 설정하고 콘돔을 보 호막으로 상징화해서 보여준다.

보건 당국이 이처럼 콘돔 사용 홍보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콘돔 사용률과 에이즈 감염률이 직결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에이즈 감염자수의 증가세가 다소 둔화된 것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콘돔 사용 권장 캠페인이 주효했다는 것이 본부의 분석이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 여전 = 지난 2003년 대한에이즈예방협회가 실시한 '서울시 HIV 감염 생존자 실태분석'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자 253명 중 52%인 133명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은 7%인 1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더 힘든 고통을 주는 것은 사회적인 편견이다.

6년전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A씨(36)의 경우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동료 직원들이 식사를 같이 하거나 심지어 악수 조차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등 따돌림 속에서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훈수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사업국장은 "에이즈 감염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자신을 희한한 사람으로 낙인 찍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감염자들은 감염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감염 사실이 드러나면 은둔해버린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에이즈는 성접촉에 의해서만 감염되기 때문에 에이즈 감염자는 직장 동료로서 친구로서 함께 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라 당뇨, 고혈압처럼 약물로 조절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여겨야 한다"며 "감염후에도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에이즈로의 진행을 수십년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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