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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 처벌 받는다 … PD가 압박"

중앙일보

입력

MBC 'PD수첩'팀이 22일 방영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중순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에 파견된 연구원들에게 허위 사실을 제시하며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PD수첩의 취재에 응한 세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은 4일 PD수첩팀에 '강압성 취재 방식'에 항의하는 e-메일을 보냈다. 그는 10여 일 전에 취침 도중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후송된 뒤 현재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D수첩팀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제럴드 섀튼 교수 산하 연구실에 파견돼 있는 한국인 연구원 세 명을 지난달 19일 취재했다. 주로 "황 교수가 만들어냈다는 줄기세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 취재팀이 허위 사실 제시했나=세 명의 연구원 중 K연구원은 4일 PD수첩팀의 PD H씨에게 보낸 e-메일에서 "H PD께서 피츠버그대학을 찾아오셔서 '강○○ 교수가 모두 자백했다''황 교수 연구원 중 하나가 줄기세포를 비밀리에 반출해 감정해본 결과 미즈메디의 줄기세포주 4번 라인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황 교수가 다음 주에 검찰에서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도 "PD수첩 취재에 응했던 연구원들로부터 PD수첩팀이 '황우석 교수는 곧 처벌된다. 논문 두 편도 가짜로 밝혀져 곧 취소될 것이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 연구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PD수첩 팀이 연구원 세 명을 취재하면서 '황 교수가 검찰의 처벌을 받게 된다'며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황 교수는 검찰의 처벌을 받지 않았고 황 교수 논문도 취소되지 않았다.

◆ "고압적 분위기에서 취재"=K연구원은 H PD에게 보낸 e-메일에서 "H PD께서 찾아와 황우석 교수가 처벌을 받게 되었다느니 하는 어마어마하고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시며, 고압적 분위기에서 제가 무슨 죄를 지은 양 몰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은 H PD께서 유도하는 대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일부 했으며 이는 본인이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생각할 틈도 없이 강요에 의해 이뤄진 게 엄연한 사실"이라고 항의했다. K연구원은 "PD수첩 인터뷰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이처럼 거짓으로 유도하고 강압에 의한 인터뷰가 방송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PD수첩 측은 22일 방송에서 K연구원 인터뷰 내용은 방영하지 않았다.

◆ "다큐멘터리팀으로 가장"=노성일 이사장은 "PD수첩팀이 초기에 '다큐멘터리 제작팀'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가 나중에 신분을 제대로 밝혔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PD수첩팀이 나중에 취재하러 왔을 때 신분을 속인 사실을 확인했으며 PD수첩팀이 인정한 발언을 녹취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연구원은 4일 항의 e-메일을 보낸 뒤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12일) 등이 터지면서 더 충격을 받았고 이런 고민을 주변에 털어놨다. 그러다 17일께 미국 현지 숙소에서 잠을 자다 새벽에 심한 구토 후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후송됐다. 미즈메디병원 관계자는 "K씨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약(진통제)을 복용해 왔는데 이 때문에 수면제 과다복용에 의한 약물중독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와전된 것이며 조만간 퇴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씨는 미즈메디병원 소속 남자 연구원이다.

PD수첩 - 황우석 교수 관련 일지

▶10월 11일=PD수첩 제작진,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 인터뷰

▶10월 19일=세계줄기세포허브, 서울대병원서 개소식

▶10월 19~23일=PD수첩, 미 피츠버그대에 가 K씨 등 섀튼 연구실에 파견된 한국인 연구원 3명 취재

▶11월 4일=연구원 K씨, PD수첩 측에 e-메일로 취재 내용과 과정에 대해 항의

▶11월 5일=국내 난자 불법매매 브로커 구속

▶11월 12일=섀튼 교수, 황 교수와 결별 선언

▶11월 17일께=K씨, 미국 내 숙소에서 쓰려져 입원

▶11월 21일=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기자회견(줄기세포 연구용 난자 기증자에 보상금 지급 시인)

▶11월 22일=PD수첩 방영

▶11월 23일=노 이사장, "왜곡 보도한 PD수첩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발표.

PD수첩, "노 이사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

▶11월 24일=황 교수, 기자회견(연구원 난자 사용 등 시인)

▶11월 26일=일부 네티즌 항의로 PD수첩 광고주 12곳 중 11곳이 광고 중단

▶11월 27일=노무현 대통령, 홈페이지에 기고문 발표

PD수첩팀 해명
취재 중 연구원 압박 ? "고압적 말 안해"
다큐멘터리팀 가장 ? "때때로 있는 일"

MBC PD수첩팀이 황우석 교수팀 연구원을 취재하는 과정에 강압적 방식을 동원했다는 주장에 대해 담당 PD H씨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최승호 책임PD는 이날 전화를 받지 않았다.

① 취재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제시했나=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 검증 중인 단계였다. 현재도 무엇인가를 취재 중이고, 이와 관련되므로 말할 수 없다.

② 연구원을 압박하면서 취재했나=미국 현지에서 연구원들을 취재할 당시 고압적 분위기에서 얘기한 적이 없다. K연구원이 항의 e-메일을 보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지적한 것은 (우리와) 서로 의견이 다르다. (당시 취재는)"진실을 말해 주세요"라고 하는 식이었고, "의문이 있다"고 물어보는 식으로 이뤄졌다.

(K연구원이 쓰러져 입원한 것에 대해서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나중에 "(K연구원이) 입원했다"고 방송되기 며칠 전에 얘기해서 알았다. (그 뒤) P연구원과 통화하면서 K연구원 근황을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면서 "다른 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K연구원이) 뭔가를 괴로워한 것은 사실이잖은가. 그래서 입원했지 않은가. P연구원이 "(그 이유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해서 "건강하시라"고 했다.

③ 다큐멘터리팀으로 가장했나=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취재할 때 때로는 초기에 PD수첩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취재할 때도 있다. 상대가 만나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문제 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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