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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아이들 너무 보고싶다" 일곱번째 봄, 세월호 추모 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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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홈페이지. 화면 캡처

“착하고 배려심 깊은 사랑하는 나의 아이.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너는 무엇하나 투정하지 않았지….” 

나지막하게 편지를 읽어가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숨을 멈추고, 손을 꼭 쥐며 참아보지만, 눈물이 얼굴을 타고 내려왔다. 눈물을 훔치고 어머니는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힘주어 불렀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 학부모 대표 ‘웅기 엄마’ 윤옥희씨의 편지는 “언제나 너를 아끼고 사랑해”로 끝을 맺었다.

문화예술 사회적 협동조합 컬쳐75 김태현 이사장

‘일곱 번째 봄’에 실린 그리움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곱 번째 봄(416spring.com)’ 홈페이지엔 단원고 희생자 가족 8명의 영상 편지가 올라와 있다. 아이를 보낸 부모들이 상의해 편지를 쓰고 각 반의 대표 학부모들이 읽었다. 7년이 흘렀지만,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눈물로 넘쳐 흘렀다.

“밥은 잘 먹는지, 잠은 푹 자는지. 여전히 너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알고 싶은 마음은 끝이 없다”(1반 김민지 아빠 김내근씨)

“네가 종알종알 말해주는 일상을 들으며 ‘잘했네. 힘들었겠다. 재미있었어?.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다”(3반 정예진 엄마 박유신씨)

“수학여행을 떠나며 가족들 선물을 챙겨오겠다고 약속했지. 나에게 선물을 ‘엄마·아빠 다녀왔어요’하는 너의 목소리인데…”(7반 곽수임 엄마 김명임씨)

“나는 잘 지내려 하고 있어. 그래야 네가 안심하고 그곳에서 지낼 테니까.”(8반 안주현 엄마 김정해씨)

코로나19로 온라인 추모 기획  

‘일곱 번째 봄’ 홈페이지는 안산시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안산시민연대가 만들었다. 지난달 23일부터 운영했는데 20일 만에 방문객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추모 홈페이지는 문화예술 사회적 협동조합 ‘컬처75’의 김태현(45) 이사장이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준비했던 추모 행사가 축소·취소되자 안산 지역에선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올해 초 추모 행사를 기획하면서 “온라인에 추모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고 반응이 좋아 홈페이지 제작을 담당하게 됐다.

“추모 공간이긴 하지만 엄숙하게 꾸미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사용하면서 밝은 분위기로 홈페이지를 만들었죠.”

세월호 참사 추모 홈페이지를 제안한 컬처75 김태현 이사장. 본인 제공

세월호 참사 추모 홈페이지를 제안한 컬처75 김태현 이사장. 본인 제공

참여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추모 기획상품(굿즈), 사진공모전, 온라인 피케팅 ‘다시, 세월호’ 등을 홈페이지 곳곳에서 소개하고 있다.

추모글을 남기는 ‘별에게 편지쓰기’ 공간엔 15일 오후 현재 800여 건의 편지가 올라왔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짧은 글부터 유가족을 위로하는 글, 희생자들의 안부를 묻는 글이 대다수다. ‘보고 싶다’, ‘혼자 살아남아 미안하다’ 등 생존 학생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도 보였다.

김 이사장은 “참사일이 다가오면서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글을 남기는 시민 수가 늘고 있다”고 했다. 4·16 안산시민연대는 이달까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편지를 모아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희생자 가족들이 세상을 떠난 아이들에게 보낸 영상편지엔 7년의 애통함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 김 이사장도 “영상편지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다.

“영상 편지를 찍을 당시 부모님들이 너무 눈물을 많이 흘려서 촬영을 중단했다가 다시 찍기를 반복했어요. 아이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해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편지를 읽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 속 영상 편지는 차마 못 보겠어요.”

참사 때 단원고 찾았다 세월호 유가족과 인연

김 이사장은 대학(한양대) 진학 문제로 1995년 안산으로 이사를 왔다. 졸업 후에도 안산지역에서 연극을 하는 등 문화기획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안산지역에서 진행된 무사귀한 촛불집회. 중앙포토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안산지역에서 진행된 무사귀한 촛불집회. 중앙포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걱정돼 단원고를 찾았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이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촛불을 켰다. 이날을 시작으로 70일간 안산 곳곳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다. 민족예술인총연합 안산지부장이었던 김 이사장은 촛불 집회의 기획을 맡았다.

2015년에는 세월호 가족들의 연극 치유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희생자 가족 6명, 생존학생 가족 1명과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을 만들었다. 노란리본의 연출자로 ‘그와 그녀의 옷장’,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장기자랑’ 등 세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모두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담은 코믹극이다. 지금도 세월호 참사의 상징인 노란리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희생자 가족의 7년간 여정을 담은 네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 연극 수업을 할 땐 단원들이 아주 어둡고 우울했어요. 지금은 연극을 하면서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밝아지셨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공연 기사에 여전히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이 많아요.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연극을 한다고. 화장하고 무대에 올랐다고 비난합니다. 희생자 가족들도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살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건데, 이게 과연 비난을 받을 일인가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으로 구성된 극단 노란리본 단원들이 3번째로 무대에 올린 연극 '장기자랑'의 한 장면. 극단 노란리본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으로 구성된 극단 노란리본 단원들이 3번째로 무대에 올린 연극 '장기자랑'의 한 장면. 극단 노란리본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그 역시 4월은 아프다. 참사일이 다가오면 우울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소망을 얘기했다.

“트라우마라고 하긴 그렇지만 4월이 되면 많이 우울해요. 저도 이런데 희생자 가족들은 어떻겠어요. 가족들이 바라는 건 참사 진상 규명과 먼저 간 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해달라는 겁니다. 참사 7년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고 원인이 드러나질 않았잖아요. 희생자 가족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함께 위로해주세요. 또 가족들의 바람처럼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도 잊지 말아 주세요.”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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