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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양키스 공포증 끝, 류현진 빅리그 60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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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뉴욕 양키스 타자를 상대로 역투하는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 [AFP=연합뉴스]

뉴욕 양키스 타자를 상대로 역투하는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 [AFP=연합뉴스]

빅리그 8년 차인데도, ‘코리안 몬스터’의 진화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완벽한 투구로 3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메이저리그(MLB) 개인 통산 60번째 승리다. 제구와 경기 운영은 대가의 반열에 오른 듯했다. 컷패스트볼(커터)과 체인지업 활용은 최적의 조화를 이뤘다. 스트라이크존 전체를 폭넓게 활용하는 핀포인트 제구 앞에서 뉴욕 양키스 강타선은 맥을 추지 못했다.

6.2이닝 1실점 시즌 첫 승 #12타자 연속 범타 7탈삼진 #3연속 호투 평균자책점 1.89 #다양한 구종 배분 까다로워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양키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했다. 평균자책점은 2.69에서 1.89로 낮아져 1점대에 진입했다. 토론토가 7-3으로 이겨 류현진은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첫 승리다. 앞선 두 경기에서 잘 던지고도 1패만 기록한 아쉬움을 덜었다. 2013년 MLB 데뷔 후 8시즌 만에 통산 60승 고지에도 올랐다. 한국 투수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에 이어 두 번째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1회 선두 타자 DJ 르메이휴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을 뿐, 이후 12타자를 연속 범타(4타자 연속 탈삼진 포함) 처리했다. 5회 1사 1루와 6회 2사 1·2루에서는 후속 타자를 땅볼로 처리해 이닝을 마쳤다. 유일한 실점은 7회에 나왔다. 1사 후 양키스 게리 산체스가 땅볼로 아웃되는 듯했는데, 3루수 캐번 비지오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가 살았다. 류현진은 2루타와 땅볼로 실점했지만, 비자책 점수였다. 이날 경기 옥의 티였다.

스크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면돗날 제구를 앞세워 6과 3분의 2이닝 1실점하며 메이저리그 통산 60승 고지에 올랐다. [USA투데이=연합뉴스]

스크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면돗날 제구를 앞세워 6과 3분의 2이닝 1실점하며 메이저리그 통산 60승 고지에 올랐다. [USA투데이=연합뉴스]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토털 패키지형’ 투수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날 투구 95개는 ▶직구 26개 ▶체인지업 22개 ▶커터 33개 ▶커브 14개였다. 고른 배분이다. 특히 바깥쪽(오른손 타자 기준)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몸쪽으로 꺾이는 커터는 무적의 조합이었다. 왼손 투수 류현진을 공략하려고 줄줄이 나온 양키스 오른손 타자들은 6회가 돼서야 처음으로 안타다운 안타를 쳤다.

체인지업은 프로 데뷔 때부터 류현진의 주 무기였다. 그 자신도 “다른 구종은 나보다 잘 던지는 투수가 있지만, 체인지업은 내가 한국에서 1등”이라고 자부했다. 커터는 류현진 ‘진화’의 상징이다. 어깨 수술을 받고 재기에 힘쓰던 2017년, 절박한 마음으로 연마했다. 류현진은 투수치고 손이 작다. 하지만 구종 습득 능력은 최상급이다. 새 무기가 된 커터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더 매끄러워졌다.

무엇보다 여러 구종을 섞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매뉴얼’이 류현진 머릿속에 있다. 타자들은 복잡한 수 싸움에서 류현진을 이겨야 한다. ‘좌완 킬러’로 유명한 양키스 2번 타자 장칼로 스탠턴조차 수 싸움에서 졌다. 1회 체인지업(2루수 병살타), 4회 커브(중견수 플라이), 6회 커터(투수 땅볼)를 차례로 공략했지만, 모두 힘없이 아웃됐다.

‘양키스 포비아’를 털어낸 지도 오래다. 양키스는 한때 류현진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던 2019년 양키스에 발목 잡힌 악연이 있다. 그해 8월 24일 양키스를 만나 4와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3방을 맞고 7실점 했다. 시즌 내내 유지하던 1점대 평균자책점이 그 경기에서 무너졌다. 이제는 오히려 처지가 뒤바뀐 모양새다.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자주 만나자 오히려 류현진이 양키스를 상대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지난해 9월 25일(7이닝 무실점)과 올 시즌 두 경기까지 벌써 3경기 연속 호투다. ‘도장 깨기’를 하듯 장애물을 하나씩 극복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감탄사만 연발했다. 그는 “류현진은 엄청났다. 다양한 구종으로 양키스 타선의 밸런스를 흐트러뜨렸다. 벤치에서도 다음에 뭘 던질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몬토요 감독은 이어 “류현진은 우리에게 ‘내가 있으니 다 괜찮다’고 느끼게 하는 존재다. 류현진이 등판하면, 우리에게 승리 기회가 온다”고 무한한 신뢰를 표현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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