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인성 섭외보다 시골 가맥집 찾는 게 더 힘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차태현, 조인성이 강원도에서 ‘가맥집’을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어쩌다 사장’. [사진 CJ ENM]

차태현, 조인성이 강원도에서 ‘가맥집’을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어쩌다 사장’. [사진 CJ ENM]

`톱스타 두 명이 인적 드문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tvN ‘어쩌다 사장’의 류호진 PD #“쿠팡에 밀려 시골 가게들 사라져 #가게 운영하는 차태현·조인성 #주인 사위, 꺽다리 청년으로 통해”

tvN ‘어쩌다 사장’은 이런 상상을 실제로 옮긴 듯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가게 주인은 차태현과 조인성. 이들은 70대 할머니가 운영하던 ‘원천상회’를 열흘간 빌려 꾸려간다.

서울이라면 이들을 보기 위해 북새통이 벌어지겠지만, 강원도 시골에선 상황이 다르다. 가게를 들르는 동네 사람들은 두 사람을 ‘가게 주인의 사위’ ‘맘씨 좋은 꺽다리 청년’으로 여기고, 이들은 이 작은 가게에서 과자와 맥주를 팔고 산천어를 굽고 라면을 끓이고 버스표를 판다. 이들과 동네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돋보이는 이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5%대 후반으로 좋은 편이다.

연출은 류호진 PD가 맡았다. KBS ‘1박 2일’의 어리바리한 막내 PD로 유명해진 그는 2019년 CJ ENM으로 옮겨 ‘수요일은 음악프로’(2019), ‘서울촌놈’(2020) 등을 만들었다. 8일 오후 그를 만나 프로그램 뒷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류호진PD는 “‘가맥집’을 찾기위해 호남과 강원을 샅샅이 뒤졌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류호진PD는 “‘가맥집’을 찾기위해 호남과 강원을 샅샅이 뒤졌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인성의 첫 고정 예능으로 화제가 됐다. 애초 조인성 캐스팅을 염두에 뒀나.
“조인성 캐스팅이 먼저였다. 콘셉트는 나중에 정했다. ‘서울촌놈’을 마무리할 즈음 차태현을 통해 조인성과 함께 예능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PD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시골 가게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콘셉트가 흥미로웠다.
“조인성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콘셉트로 하고 싶었다. 그가 ‘화려한 사람들보다는 주변에서 보는 평범한 사람들하고 편하게 어울리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게 진심이란 걸 안다. 음식을 조금 할 줄 안다고 하더라. 소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접객 서비스와 요리를 결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차승원 수준은 아니니까 레스토랑은 안 되고, 도시에서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 테니 곤란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시골의 가맥집(낮에는 슈퍼, 밤에는 맥주를 파는 가게)이다. 실제 조인성이 시골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너무나 스스럼없이 잘 다가가서 놀랐다.”
현재의 가맥집에 가보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
“장소 섭외가 어려웠다. 작가팀을 나눠서 전라도와 강원도를 샅샅이 돌았는데 기획에 맞는 곳을 구하기 어려웠다. 요즘은 시골 사람들도 쿠팡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망한 가게가 많았다. 포기할 무렵 이곳을 찾았다. 사정이 급하면 돈 안 받고도 물건을 주고, 술안주로 꽁치 통조림 데워주고, 알코올 중독자에겐 술 안 팔고, 주민들이 대신 가게도 봐주기도 하고…. ‘아, 여기다’라고 확신했다.”
‘1박2일’‘거기가 어딘데’‘서울촌놈’ 등 유독 차태현과 함께 많이 한다.
“차태현의 고교 시절 꿈이 1순위가 연출, 2순위가 가수, 3순위가 배우였다고 한다. 대학 전공도 연출이었다. 이야기를 만들고 기획하는 능력이 있다. 프로그램 안에서 다른 출연자들을 기획 의도에 맞게 자연스럽게 조율해준다. PD 입장에선 함께 일하기 좋은 배우다.”
조인성은 어떤 사람인가.
“참 선량하면서도 철학적인 사람이다. 자기 인생의 매 단계를 깊게 생각하고 성찰하는 면이 있더라. 조금 더 마초적으로 살아도 될 것 같은데, 매사에 ‘물음표’와 ‘해답’을 구하려는 자세가 있다. 조금 놀랐다.”
예능프로를 통해 사회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나.
“만들고 나서 깨닫는다. 예를 들어 스타가 자신의 고향을 소개하는 ‘서울촌놈’은 처음엔 재미로 했다. 그런데 만들면서 사춘기와 성장에 관한 얘기라는 걸 알게 됐다. ‘어쩌다 사장’은 사람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