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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이 찬 송언석, 주먹질 강기정…국회의원 고질병 '갑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등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선거 방송사출구조사 발표가 앞서자 환호하고 있다. 당시 폭행 논란이 발생한 직후 송언석 의원이 셋째줄 맨 좌측에 노타이 차림으로 앉아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등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선거 방송사출구조사 발표가 앞서자 환호하고 있다. 당시 폭행 논란이 발생한 직후 송언석 의원이 셋째줄 맨 좌측에 노타이 차림으로 앉아있다. 뉴스1

4월 7일 밤 8시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지상파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모인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과 이들의 반응을 보도하기 위해 모인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개표상황실 안쪽의 한 소규모 사무실에서 “XX 놈아”라는 욕설이 들려왔다고 한다.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일부 당직자들과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그러자 한 당직자가 나서 “별일 아니다”며 소란이 벌어지던 공간의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고성과 욕설은 문밖에까지 흘러나왔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한 목격자는 ““‘XX 놈아’라는 고성이 들려 쳐다보니 송언석 의원이 발로 앞에 있던 사람의 정강이를 찼다. 분명히 봤다”며 “이후에도 ‘퍽’ 소리가 들리는 등 송 의원의 폭행은 최소 2번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내 자리 없다" 격노한 송언석

국회의원의 이른바 ‘갑질’ 논란이 또 불거졌다. 이번엔 폭행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송 의원은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당시 목격자 등을 통해 송 의원이 격노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공통으로 송 의원이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등 자리배치 문제로 화를 냈다”고 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장관과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장관과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원래 송 의원의 자리는 있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이던 송 의원은 TV 모니터 바로 맞은편의 맨 앞줄 끝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며 일이 꼬였다.

선대위 직책상 서열이 더 높은 나 전 의원이 오세훈 시장 옆 옆 자리에 앉으면서 먼저 착석해있던 인사들의 자리가 하나씩 옆으로 밀린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맨 끝에 앉아있던 송 의원이 결국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미 개표상황실이 모두 만석이 된 상태라 송 의원이 앉을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개표상황실 준비를 총괄한 당 사무처 직원들을 별도의 공간에 불러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당 대변인 등이 제지했지만 송 의원을 말릴 수 없었다고 한다. 송 의원의 폭행 논란이 발생한 당일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들은 송 의원의 행동을 “폭력 갑질”로 규정하며 그의 공개 사과 및 탈당을 요구했다.

송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리만 좀 있었지, (폭행은) 없었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폭행 논란에 이어 거짓말 논란까지 더해지자 8일 당직자 노조에 사과문을 보내 “일부 사무처 당직자 동지들에게 과도한 언행이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송 의원의 당시 폭행 논란에 대한 경위 확인에 착수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폭행 관련 사과문. 송 의원은 8일 국민의힘 사무처 노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보냈다. 이에 사무처 노조는 ″송 의원이 사건 이후 당시 상황을 후회하면서 사과와 재발 방지의 강한 의사를 밝혔고, 피해 당사자들이 당의 발전과 송언석 의원의 당에 대한 헌신을 고려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중앙일보가 입수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폭행 관련 사과문. 송 의원은 8일 국민의힘 사무처 노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보냈다. 이에 사무처 노조는 ″송 의원이 사건 이후 당시 상황을 후회하면서 사과와 재발 방지의 강한 의사를 밝혔고, 피해 당사자들이 당의 발전과 송언석 의원의 당에 대한 헌신을 고려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한선교·강기정……국회의원 폭언·폭행사(史)

국회의원의 폭행 및 폭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의힘 사무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엔 국민의힘의 영남지역 의원이 당직자에게 욕설을 해 해당 당직자가 사표를 내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송 의원의 폭행 논란이 발생하자 당직자들이 폭발한 것이다.

2019년엔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사무총장이던 한선교 전 의원이 당직자에게 회의 중 폭언을 가했다가 사무처 노조가 집단 반발하자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한 전 의원에게 폭언을 들었던 당직자는 휴직했다가 복귀한 뒤 사표를 내고 당을 떠났다.

여권에선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표적이다. 그는 의원 시절이던 2009년 7월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의 보좌관을 때린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0년엔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당시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과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의 주먹에 맞아 입술에 피가 난 강 전 수석은, 화를 참지 못하고 곁에서 자신을 제지하던 국회 경위의 얼굴을 수차례 가격했다. 당시 법원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의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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