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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황제조사" 와중에, 4500만원 들여 로고 만드는 공수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월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1월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500만원을 들여 유명 디자인 업체와 새 로고를 제작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디자인 업체 CDR어소시에이츠는 공수처의 새 CI(Corporate Identity) 개발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진욱 공수처장,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과 만나 제작 방향을 논의했다. 4월 말까지 공수처의 새 심벌(Symbol), 로고타이프(Logotype), 시그니처 등의 시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 브랜드 디자인 업체가 제작

CDR어소시에이츠는 국내 최초의 브랜드 디자인 전문회사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과 CJ그룹 등 다수 대기업의 CI가 주요 작품이다. 2015년 10월에는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시의 새 BI(Brand Identity) ‘I·SEOUL·U(아이·서울·유)’를 선보이기도 했다.

앞서 공수처가 지난 2월 22일 한국디자인진흥원에 새 CI 개발을 의뢰했고, 진흥원은 3월 15일 “실무를 맡겠다”고 신청한 후보 업체 2곳을 대상으로 심사해 CDR어소시에이츠를 선정했다. 사업비는 450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공수처 “빨리 만들어달라”…업체 측은 ‘난감’

공수처는 새 CI 제작을 서두르고 있다. 당초 공수처는 진흥원에 “3월 안으로 CI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흥원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급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보였고, 공수처와 진흥원은 제작 시한을 4월 말로 늦추자고 합의했다. 그럼에도 매우 빠듯한 스케줄이라는 게 디자인 업계의 중론이다. 김성천 CDR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중앙일보에 “구체적인 제작 현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7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CI, 일개 행정부처 같은 ‘태극무늬’인 탓

공수처가 새 CI 개발에 집중하는 건 현재 ‘태극무늬’ 심벌로 대표되는 CI가 일반 행정부 부처의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입법부나 사법부, 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국가기관이다. 다른 독립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고유의 CI를 쓰고 있다. 법무부 외청인 검찰이나 행정안전부 외청인 경찰의 경우 독립돼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독립성을 추구할 목적으로 각각 별도의 CI를 사용 중이다.

더욱이 지난 1월 21일 공수처 출범 직후 관련 논란을 조명하는 보도도 잇따랐다. 당시 공수처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임시로 태극무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새 CI를 올해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가하게 겉모습 신경 쓸 때인가”

공교롭게도 공수처가 새 CI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등의 논란이 불거져 법조계에선 각종 뒷말이 나온다. “내실을 채 다지지도 못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큰돈을 들여 겉모습에 신경 쓸 새가 있냐”는 지적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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