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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접종자 1억명 넘었지만, 변이 탓 하루 확진 6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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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이하 변이)가 주범으로 꼽힌다.

독일은 신규 감염자 90%가 변이 #FT “백신 지연 EU, 통제력 상실” #한국 누적 변이 확진자는 330명 #남아공발 변이 지역전파 첫 확인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1월 중순 80만 회, 3월 초 200만 회이던 하루 신규 접종 건수가 3일(현지시간) 처음으로 400만 회를 넘어섰다. 코로나19 백신 1회 이상 접종자도 인구의 30%인 1억 명을 넘었다. 그런데도 하루 신규 환자는 여전히 6만~7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여름 2차 대유행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8주 전 하루 확진자 수가 563명까지 감소했다가 지난 3일 8413명으로 다시 늘어난 미국 미시간주의 경우처럼 일부 지역의 환자 증가세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이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월 초 1%에 불과했던 신규 감염자 중 변이 감염자 비중이 지난달 27%로 급증했다. NYT는 3일(현지시간) “새로운 버전의 코로나바이러스는 대유행의 종식을 늦추는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서 향후 몇 달은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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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도 변이 중심의 확산세가 두드러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염력이 더 강한 영국발 변이가 코로나 3차 유행의 주범이다. 유럽 대륙 전체에서 영국 변이가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신규 환자가 75% 증가한 독일에서는 신규 환자 중 90%가 변이 감염자였다. FT는 “특히 백신 도입이 지연되면서 27개 EU 회원국이 통제 능력을 상실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5일까지 3종의 주요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330명으로 늘었다. 특히 서울 강서구 직장·가족 감염자 5명은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에 감염됐는데, 이는 국내 최초의 남아공 변이 지역사회 전파 사례다.

다만 앞날에 대해서는 전망이 갈린다.  NYT는 “일부 공중보건 관계자들은 바이러스가 면역 반응에 저항력이 강해져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거나 심지어 새로운 백신을 맞아야 할 수도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날 CBS방송에서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면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미국 내) 4차 유행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국지적(pocket) 확산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해답은 최대한 빠르고 광범위한 백신 접종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 의료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도 공영라디오 NPR에 출연해 “감염이 급증할 수 있는 잠재력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능력 사이의 경주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백신이 이 경주에서 이길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과 이스라엘 사례를 보면 결국 인구의 50~60%는 접종해야 지역사회 유행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백신 확보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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