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 카드…확진자 속출 자초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06 00:02

업데이트 2021.04.0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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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500명 안팎으로 쏟아지며 4차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주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좀 더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일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방역 조치를 더 강화하지 않으면 확산세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3월 초엔 거리두기 개편안도 공개
방역 완화 기대감 너무 일찍 심어줘
전문가 “수도권은 내려선 안 됐다”
최근 500명 안팎 나오자 다시 “강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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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완화된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 시점을 논의했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분석해 원칙과 기준에 따라 방역 지침을 조정했어야 하는 정부가 3월부터 거리두기 개편안을 언급하며 방역수칙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지나치게 일찍 심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백신 수급이 여의치 않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임을 고려해 방역수칙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단은 지난 2월 15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면서다. 당시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 조치를 각각 2단계, 1.5단계로 한 단계씩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300명대 후반의 하루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고 불과 2주 전만 해도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423명으로 2.5단계 기준에 해당했다는 점 등을 들어 섣부른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거리두기 완화 이틀 만인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21명으로 올라섰다.

정부는 사흘 뒤인 2월 18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마련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3월 5일에는 개편안 초안을 공개했다. 5단계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간소화하며, 광범위하게 적용되던 집합금지나 운영제한 조치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의견 수렴을 거쳐 3월 말쯤 개편안을 확정하려던 정부의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하루 400~500명대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4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방역수칙 준수 필요성’을 강조했다.

5일 정은경 질병청장도 정례 브리핑에서 “감염 재생산지수가 현재 모든 권역에서 1.0을 초과(유행 확산)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주 지수는 1.07로 (2주 뒤 규모는) 현재의 500명대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 청장은 이날 섣불리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해 방역의 허점이 생긴 점도 인정했다. 그는 비수도권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는 것과 관련해 “2월 중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 비수도권은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 제한을 완전히 해제했다. 목욕장업도 별다른 제한 없이 운영되다 보니 이런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집단 확산이 매개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뒷북 조치를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월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 적어도 수도권은 거리두기 단계를 내려선 안 됐다. 그때부터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개편안이 나오면서 기존에 만들었던 거리두기가 유명무실해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상태의 방역을 유지해야 겨우 막을 수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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