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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믿지 말자"…민주당이 막판에 불신론 지피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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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믿지말고 우리 자신을 믿읍시다.”(4일 정청래 의원)
“포털과 관련해선 저도 많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2일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4일 국회에서 인터넷언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4일 국회에서 인터넷언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4ㆍ7 재ㆍ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불신론을 지피고 있다. 선거를 사흘 앞뒀던 지난 4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보수 언론의 왜곡 기사가 굉장히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 언론사와의 기자 간담회에서 ‘지지자들 사이엔 박 후보에 대한 불리한 (언론) 평가가 많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박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박 후보는 또 “현장(분위기)은 여론조사(수치)와 상당히 다르다는 어느 경제지(한경닷컴)의 기사가 있었는데, 포털에 올라온 지 한시간만에 삭제됐다”며 “아직도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 왜곡 통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선우 박영선 캠프 대변인도 한경닷컴 사명을 거명하며 “불공정 보도행태에 대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가장 강력하게 취하겠다”는 강경한 논평을 냈다. 한경닷컴은 결국 이날 오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우호적인 기사도 삭제하고, 두 기사를 합쳐서 종합 기사를 새로 게재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언론을 믿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글과 함께 연합뉴스 등 기성 언론이 찍은 박 후보 지지 유세 사진과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에 찍힌 현장 사진을 나란히 올리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4일 저녁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4일 저녁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기성 언론이 일부러 박 후보 지지자 수를 축소해 찍었다는 뉘앙스였다. 이 게시글엔 “저따위 사진 조작질을 여태도 하는군요”, “정말이지 언론이 문제”, “언론 적폐청산합시다” 등 지지자 댓글 90여개가 달렸다. 다만 정 의원 주장과 달리 해당 언론사들의 유세사진을 모두 검색해보면, 클로즈업 샷과 풀 샷 사진 등이 다양하게 보도됐다.

선거 막바지 민주당이 기성 언론들과 각을 세우는 건 “민주당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식 기사는 많은 반면, 국민의힘 후보의 의혹 보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불만에서 출발한다. 여당은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LCT) 특혜 분양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지만, 언론이 이를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하지만 언론계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확인되지 않은 야당 후보들의 의혹을 언론이 일방적으로 보도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떼를 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이런 행동이 "지지층의 본 투표 포기를 막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현재 여론 지표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여러 현안에서 민주당이 불리한 건 사실인데 민주당은 이런 사실 자체를 허구로 만들어, 지레 투표를 포기하려는 지지층들을 독려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중도층 확장엔 포기한 건지, 자꾸 지지층 맞춤형 전략만 쓴다. 이런 모습이면 선거 후가 더 걱정된다”(수도권 초선)는 반응도 있다.

익명을 원한 정치 평론가는 “민주당이 기성 언론을 비판하는 대신 친여 방송인인 김어준씨나, 진보 유튜버들에겐 구애하는 모습이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둔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를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도 했다. 당시 황 대표는 기성 언론엔 ‘편파·왜곡 보도 시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려 했고, 신의한수 등 극우 유튜버들과 가까이 지냈다. 이는 총선 참패 요인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진보 유튜버 긴급 토론회를 연 모습. 유튜브 '박영선TV' 캡처

지난 2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진보 유튜버 긴급 토론회를 연 모습. 유튜브 '박영선TV' 캡처

박 후보의 경우에도 지난달 25일 공식선거 운동 첫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고, 지난 2일엔 진보 유튜버들을 모아 좌담회를 열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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