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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한줄 33억, 방귀 10만원…'디지털 등본' NFT 70% 폭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트윗 한 줄 33억원, 방귀 소리 10만원…기껏해야 디지털 파일 조각에 불과한 이것들이 많게는 수십억에서 적게는 10만원에 팔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디지털 진품 감정서인 대체불가능토큰(Non fungible token·NFT)때문이다.

NFT 작품 거래소인 니프티게이트웨이에서 판매중인 디지털 그림들. 니프티게이트웨이

NFT 작품 거래소인 니프티게이트웨이에서 판매중인 디지털 그림들. 니프티게이트웨이

디지털 정품 보증서…블록체인으로 관리

NFT 기술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그림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이 표식은 일종의 ‘진품 보증서’로, 무한히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트 중 무엇이 진품인지를 가려내는 역할을 한다. NFT를 이용해 디지털 장부에 소유권자의 이름을 기록할 수도 있다. 부동산 등기부에 소유주 이름을 올리듯 디지털 방식으로 소유권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NFT를 ‘디지털 등기부등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15년 전 처음 올린 트윗. NFT 경매를 통해 290만 달러(약 33억원)에 판매됐다. [사진 밸류어블스 캡처]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15년 전 처음 올린 트윗. NFT 경매를 통해 290만 달러(약 33억원)에 판매됐다. [사진 밸류어블스 캡처]

NFT로 팔 수 있는 상품은 무궁무진하다. 잭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쓴 첫 트윗 “내 트위터 설정 중(just setting up my twttr)”은 지난달 22일 말레이시아 블록체인 기업인 브리지오라클의 최고경영자 시나 에스타비에게 290만 달러(약 33억원)에 낙찰됐다. 도시가 판 트윗은 흔히 볼 수 있는 트위터 캡처 파일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잭도시의 트위터에 들어가 트윗을 볼 수 있고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저장된 수많은 캡처 파일 중 ‘진품’이라고 인정되는 것은 에스타비가 구매한 파일 단 한 개뿐이다.

낙찰 후 트위터에서 “고작 트윗 하나가 290만 달러에 팔렸다”는 지적이 나오자 에스타비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단순한 트윗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처럼”이라고 썼다.

방귀 소리를 녹음한 파일이 10만원에 판매되는 일도 있었다. 영화감독인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스는 NFT 열풍을 조롱하기 위해 방귀 소리를 녹음한 오디오 클립에 NFT를 적용해 시장에 내놨고 실제 85달러(약 10만원)에 팔렸다.

NFT 시장 70% 하락…“큰 돈 유입돼 거품”

‘방귀 소리’까지 돈을 주고 살 만큼 과열됐던 NFT 시장은 최근 곤두박질을 시작했다. NFT전문 사이트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NFT 작품의 평균가격은 지난주 2월 최고점에서 70%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디지털 예술가인 마이클 윈켈만이 폭스뉴스의 토크쇼에 출연해 “NFT 시장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NFT 시장이 유행을 타면서 아무 가치가 없는 디지털 파일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피카프로젝트가 진행한 NFT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마리 킴의 ‘미싱 앤 파운드’가 288이더리움(약 6억원)에 낙찰됐다. [사진 피카프로젝트]

지난달 17일 피카프로젝트가 진행한 NFT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마리 킴의 ‘미싱 앤 파운드’가 288이더리움(약 6억원)에 낙찰됐다. [사진 피카프로젝트]

블록체인 전문가인 크리스 윌머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NFT 시장은 유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 비트코인이 그랬든 새로운 자산으로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하락세에도 많은 NFT가 올 초 대비로는 가격이 상당폭 오른 상태”라며 “이번 시장 흐름 이후 NFT 인기가 꺾일지, 아니면 적정한 가격대를 찾을 때까지 변동성이 이어질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NFT가 새로운 자산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무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에 수십억원의 가격표가 매겨지는 것은 사기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실체가 있는 미술품이라면 진품·가품에 질적 차이가 있지만, 디지털 파일은 품질 저하 없이 무한히 복제할 수 있어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큰돈이 유입되면서 NFT 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다”며 “열풍이 가라앉으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고 사기꾼들에게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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