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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단단히 찍힌 H&M…이번엔 "지도 표기 잘못" 소환당해

중앙일보

입력

중국 베이징의 H&M 매장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H&M 매장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패션브랜드 H&M이 중국 당국에 소환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보도했다. 홈페이지에 중국 지도를 잘 못 썼다는 이유에서다. H&M은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의혹이 불거진 뒤 해당 지역에서 나는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중국 내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상태다.

2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규제기관인 인터넷정보판공실 상하이 지부는 최근 H&M 측을 불러 홈페이지 내 "문제가 있는 중국 지도"에 대한 수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중국판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중국 법 위반에 대한 논의를 위해 H&M을 면담했다"면서 "국토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중국 규범에 맞는 표준화된 지도를 사용하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 당국이 향후 이에 대해 감독·검사할 것"이며 "H&M 측은 당국의 훈계를 받아들여 향후 확실히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H&M 측은 따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H&M이 지도와 관련해 중국에서 문제를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대만을 별도 국가로 표기했다며 중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면담의 경우 베트남과 분쟁 중인 파라셀 군도 표기가 문제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H&M 홈페이지는 중화권을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 '대만 지구' 등으로 표기한 상태다.

중국 당국은 H&M이 위반한 법에 대해 "국내 네티즌의 제보가 있었다"라고만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문제가 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는 영상들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웨이보 캡쳐]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는 영상들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웨이보 캡쳐]

이번 '면담'이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논란 이후 벌어지고 있는 서방 기업에 대한 '군기 잡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M은 위구르인에 대한 강제 노동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9월  "신장 지역의 면화를 구매하지 않고, 제조 공장과도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지난달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불똥'이 튀었다. 서방국가와 중국이 신장지역 인권 유린 문제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H&M의 보이콧 선언이 뒤늦게 재조명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H&M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중국 내 매장 다수가 문을 닫았다.

불매운동의 파장은 나이키, 버버리,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서구권 유명 브랜드들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 나이키 운동화를 불태우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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