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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끊고 시간끌기…공정위, '안하무인' 조사방해 애플 제재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6일 개장한 서울 영등포구 IFC몰 애플 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개장한 서울 영등포구 IFC몰 애플 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6월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삼성동 애플코리아 사무실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 6명이 도착했다. 애플이 SKT·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TVㆍ옥외 등 광고비와 매장 내 진열비, 수리비 등을 떠넘긴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등)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조사관들은 절차대로 조사 개시 공문과 전산ㆍ비(非)전산자료 보존 요청서부터 나눠주고 조사에 들어갔다. PC와 e-메일 기록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산 자료를 삭제ㆍ변경ㆍ훼손ㆍ은닉해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알렸다.

조사를 한참 진행하던 오후 3시쯤, 조사관들은 말문이 막혔다. 애플 사무실 내 인트라넷ㆍ인터넷이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조사관이 “네트워크가 끊긴 원인을 파악해 신속히 복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애플 측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애플은 공정위가 24일 현장조사를 마칠 때까지 네트워크를 차단한 채 복구하지 않았다. 조사관들은 애플의 경영간섭 혐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공정위는 애플 현장조사 당시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 과태료 3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임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31일 밝혔다. 김성근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대부분 회사가 전산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환경을 가진 상황에서 서버에 저장한 자료 접근을 방해한 행위에 대한 첫 제재”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2016년 조사 당시 네트워크 단절과 관련한 자료 제출도 거부했다. 공정위가 두 차례에 걸쳐 네트워크나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업무상 프로그램의 유무, 네트워크가 단절된 시각ㆍ원인, 네트워크 담당자의 이름ㆍ연락처 등의 확인을 요청했지만, 자료를 내지 않았다.

조사방해 행위는 2017년 11월에도 이어졌다. 당시 류모 애플코리아 상무와 보안요원, 직원이 현장에 도착한 공정위 조사관들을 막아섰다. 조사관의 팔을 잡아당기고 막아서는 식으로 30여분간 시간을 끌었다. 류 상무는 공정위 조사에 응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책임자였다. 공정위는 류 상무를 고발하며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 조사 지연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뒤 처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애플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 지난 2월 아이폰 수리비 할인,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 등 1000억원 규모 지원안을 담은 애플의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가 혐의 사실에 대해 원상회복이나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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