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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외교원장 “미국 앞에서 한국은 가스라이팅 상태” 주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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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준형

김준형

김준형(사진) 국립외교원장이 30일 공개한 저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에서 한·미 동맹을 ‘가스라이팅’에 비유했다. 김 원장은 책에서 한·미 동맹에 대해 설명하며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태도 앞에서 주권국이라면 응당 취해야 할 대응을 하지 못하는 한국의 관성을 일방적 한·미 관계에서 초래된 ‘가스라이팅(gaslighting)’ 상태”라고 썼다. 가스라이팅은 연인  사이의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용어로 상대방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 길들여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압박하는 행위를 뜻한다.

김준형 원장 “동맹 중독 극복해야” #전문가 “외교원 수장으로서 부적절”

김 원장은 또 “한국은 오랜 시간 불균형한 한·미 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쓴 탓에 합리적 판단을 할 힘을 잃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해진 상황”이라며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간주되는 발언과 행위는 맹렬하게 공격받고 ‘빨갱이’와 ‘친북’으로 낙인찍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동맹 중독’을 극복하고 상호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만이 건강한 한·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립외교원 수장이 한·미 관계를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은 일부 보수 학자가 ‘문재인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반박 논리로 쓰게 된 것”이라며 “가스라이팅은 압도적인 강자가 약자에게 행사하는 것으로, 남북 관계에는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미국도 우리에게 협상 대상이고 국익을 위해선 한·미 간에 얼마든지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 “상호 동맹은 못할 말이 없는 관계가 돼야 하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면 미국도 우리에게 충분히 귀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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